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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월가의 내리막길 운명은 자연스런 이치
번뇌에서 벗어나려면 욕심부터 버려야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이 있듯이, 생겨난 것 치고 변하고 사라지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성주괴멸(成住壞滅), 곧 생겨나 있다가 언젠가는 부서져 사라진다. 사람이 그렇고, 나라가 그렇고, 우주에 널려있는 별들이 그렇다. 그러니, 나머지 것들이야 말할 나위조차 없는 일이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위해서 불로초를 찾아 온 나라에 사람을 풀었다는 진시황이나 유럽에까지 위세를 떨친 칭기즈칸도 수명의 한계를 넘지 못했고, 멸망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졌던 로마제국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며,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도 언젠가는 그 수명이 다하여 초신성(超新星)의 처지를 겪게 마련이다. 이것이 우주의 진리요, 자연의 법칙이며, 부처님께서 스스로 깨쳐 밝히신 제행무상(諸行無常)다.

세상은 지금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맞아 불안하기 짝이 없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의 금융권에 군림하며 직장인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미국의 4대 투자은행(IB) 가운데, ‘리만브라더스’가 파산절차에 들어가고, ‘메릴린치’가 미국은행(BOA)에 팔렸는가 하면,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금융지주회사로 탈바꿈함으로써 월가(Wall St.)의 투자은행시대는 막을 내렸다.
또 세계에서 가장 큰 보험회사라는 ‘AIG’조차 정부의 구제 금융으로 겨우 숨을 깔딱거리고 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되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세계 금융시장을 호령하던 뉴욕의 월가는 탐욕으로 부풀려진 공룡들의 무덤이 된 격이다.

미국 정부는 예상외로 큰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상 유례가 없는 규모의 구제 금융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한 달 전만하더라도 미국에서 작년부터 불어온 이른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문제로 유발된 금융시장의 혼란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으로 미국의 금융시장을 대표하는 거대한 투자은행들이 도산하거나 M&A의 대상이 되리라고 짐작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을 호령하던 이들 거대 투자은행들은 불과 일주일 사이에 차례로 숨을 거두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세계의 금융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생겨난 것은 예외 없이 사라지기 마련이고, 영원한 번영은 없다는 자연의 법칙을 되새기게 하는 순간이다.

이 모든 일이 ‘나’는 할 수 있다는 자만(自慢)과 끝없는 탐욕을 좇아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간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원래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이 탐욕이다. 그 끝이 어딘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 수 없는 것이 탐욕이다. 그러한 탐욕을 무턱대고 좇아가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늪에 빠질 수도 있고, 험산유곡에 갇힐 수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탐욕은 그것을 좇는 본인뿐만 아니라 이웃에게 조차 큰 해를 끼치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은 탐욕을 삼독(三毒) 가운데 하나로 꼽기까지 한 것이고, 선인들은 소욕지족(少慾知足)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의 『장신경(長身經)』에서 바라문에게 이르시기를 “만약 탐욕의 불을 끊어 없애지 않으면 자기를 해치고 남을 해치며, 자기와 남을 함께 해치고, 현세에서 죄를 짓고 후세에서 죄를 지으며, 현세와 후세에서 모두 죄를 지어, 그 때문에 마음의 근심과 괴로움이 생긴다”고 하셨다. 또 잡아함의 『제바경(提婆經)』에서는 제자들에게 “비록 이익이 있더라도 거기에 물들어 집착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이는 부처님께서 탐욕의 무서움을 일깨우시면서, 욕심을 절제하고 만족할 줄 아는 심성을 가꾸어 스스로 파멸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 보이신 귀중한 말씀이다. 사람이 세속의 삶을 살아가자면 욕심이 전혀 없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 욕심은 반드시 절제되어야 번뇌에서 멀어질 수 있고, 스스로 만족할 줄 알아야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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