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수 청장, 자퇴가 정답

[논설위원 칼럼]윤청광 방송작가

1600년에 이르는 장구한 역사를 지닌 한국불교가 소망교회 장로 출신 이명박 대통령 치하에서 흥망성쇠의 기로에 봉착했다.
한국불교의 대표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은 물론 천태종, 태고종, 진각종, 관음종 등 한국불교계를 총망라한 27개 종단의 스님들과 신도 등 20만 불교도들이 지난 8월 27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헌법파괴·종교차별 이명박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를 봉행한 바 있다. 불교계는 이 자리에서 그 동안 자행된 종교차별에 대한 대통령 공개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및 관련자 문책, 정부의 종교차별 금지 입법 조치, 국민화합을 위한 수배해제 등 4가지 요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전국 방방곡곡에서 한국불교 사상 최다인파가 모여들어 종교차별에 대한 뜨거운 분노를 분출했지만 이 ‘규탄법회’가 얻은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석상에서 ‘공개사과’가 아닌 ‘유감표명’ 정도로 넘어갔다. 파면을 요구당한 어청수 경찰청장은 파면은커녕 사퇴설마저 비웃으며 오히려 기고만장, ‘유모차’ 엄마들까지 촛불수사를 확대했다. 또 어청수 청장의 휘하에 있는 경남 창원중부경찰서 강선주 서장은 어 청장에게 점수를 따려고 작심을 했는지, 지방신문 ‘경남매일’ 발언대를 통해 불교계의 어 청장 파면 요구를 정면 비판했다. 그렇지 않아도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불교계의 분노에 더욱 기름을 퍼부은 꼴이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천하가 다 아는 개신교도, 실패한 정치퇴물 K모 씨라는 사람은 어땠는가. 이명박 정부 종교편향 규탄법회 배후에 좌익세력이 있다는 식으로 얼빠진 망언을 쏟아내지 않았던가. 일부 몰지각한 서양종교 광신자들이 불교공격에 광분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를 설치하겠다고 공표했으나 실질적인 처벌권이 없는 신고센터는 결과적으로 있으나 마나한 것으로 우선 불교계의 입법요구를 비켜가자는 눈가림에 불과할 뿐이다. 또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요구한 촛불집회 수배자 해제요구는 이미 정부 당국이 일언지하에 거부한 바 있다. 다시 말해 범불교계의 규탄법회가 주장한 4가지 요구는 한 가지도 성의 있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 요구’마저 “정당한 법집행을 했는데 왜 파면이냐”면서 불교계가 마치 총무원장 검문만을 트집 잡아 어청수 청장 파면을 요구한 것처럼 물타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어청수 청장 파면요구는 ‘모욕적인 총무원장 검문’ 때문만이 결코 아니다. 그 보다 먼저 어청수 청장은 순복음교회라는 특정교회가 주최한 ‘전국경찰복음화금식기도회’ 포스터에 사진을 실은 전력이 있다. ‘어청수 경찰청장 치안총감’이라는 직함과 함께 조용기 원로목사와 나란히 사진을 게재했다. 이 포스터는 특히 “경찰이여 일어나 빛을 발하라”라는 선동 문구가 사용돼, 마치 현직 경찰청장 어청수 치안총감이 대한민국 모든 경찰관들에게 “복음화에 합류하라”는 특별 담화라도 발표한 꼴이 되고 말았다. 경찰이야말로 상명하복을 생명처럼 지키는 국가특수조직이다. 그러나 그 경찰총수인 현직 경찰청장이 “경찰이여 일어나 빛을 발하라”라고 선동했다면 이거야말로 경찰청장이라는 막강한 직위를 이용해서 특정교회선교에 앞장선 바람잡이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한 나라의 경찰총수라면, 그 자리에 걸맞게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사사로운 이해관계를 벗어나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찰총수가 일개 교회선교행사의 바람잡이 노릇이나 했다면, 그는 상식적으로 이미 대한민국 경찰총수의 자격을 스스로 내던졌다고 보아야 한다. ‘장로 어청수’나 ‘집사 어청수’라고 했다면 몰라도, 어쩌자고 ‘어청수 경찰청장’ 공직을 팔았는가. 그 한 가지 결정적인 잘못만으로도 그는 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더 이상 부담되지 않게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정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