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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대통령의 리더십

기자명 법보신문

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금융위기가 온 세계를 흔들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에서 시작된 신용경색은 국제금융시장을 붕괴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신흥개발도상국들에게 국가부도(Sovereign Default)의 쓰나미가 덮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짙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바닥을 모르고 가라앉고 있다. 외환시장이 불안한 우리나라는 위험한 나라로 분류되고 있고, 나라 안에서도 또 다시 IMF사태가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경상수지 적자, 에너지와 원자재, 식량의 높은 대외의존도, 몇 가지 품목에 의존하는 수출, 심각한 가계부채, 상존하는 부동산 거품 등 우리 경제의 기초(fundamental)는 너무나 취약하다.
이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국민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리더십이다. 뛰어난 리더십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미국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들인 워싱턴, 링컨이 모두 전쟁 시기의 지도자였다. 루스벨트는 대공황의 위기를 잘 넘겼다. 미국이 어려운 시기에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내세워 위대한 리더십을 찾던 미국민의 욕구를 자극했기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레이건 대통령은 재임중 소련이 몰락해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의 한 사람이 되었다. 영국의 처칠 수상도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대처 수상 역시 과거 세계를 제패했던 영광을 뒤로 하고 퇴락하는 상황에서 영국병이라 일컫는 어려움을 극복했다.
이명박 정부 경제 리더십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잇단 헛발질을 하면서 사태가 더욱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내세우는 대책마다 일관되게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그것마저도 뒷북을 치면서도 정부와 금융당국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내가 대한민국에서 경제를 가장 잘 안다. 내게 맡기면 다 해결할 수 있다’는 장담만으로는 국민을 안심시킬 수도 없고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도 없다.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단 한명의 최고지도자가 혼자 대중의 운명을 끌어가야 한다’는 ‘지도자원칙(F hrerprinzip)’이 바탕에 깔려 있다. 지도자원칙은 개인적 재능을 근거로 하는 것으로서 파쇼주의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경계해야 한다. 리더십은 권력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어서 상향식보다는 하향식으로 리더십이 작용하는 단점이 있다.
리더십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열정(passion), 행동(action), 보상(recognition)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한다. 열정과 에너지를 가져야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처칠, 마르틴 루터 킹, 넬슨 만델라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략을 수립하고 이것을 직접 실행(솔선수범)에 옮겨야 남들이 리더십에 따라오는 것이다.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고 비판하고 처벌하기보다는 인정하고 칭찬하고 보상해야 한다. 두려움에 의한 행동보다는 무엇인가를 바라는 자발적 행동이 가장 강력한 동기부여방식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국민을 즐겁게 해 주는 낙천적 리더십(optimistic leadership)을 최고의 리더십으로 꼽았다. 인간은 어차피 고생하며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나나미는 리더의 역할이 이왕이면 즐겁게 사는 길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단순히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인스턴트(instant) 형은 안 된다. 중장기적인 안목과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하는 콘스탄트(constant) 형이 필요한 것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창의적 리더십을 인스턴트 형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그래도 기대할 수밖에 없는 건 불행일까, 아니면 요행일까.

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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