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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경 스님의 유식삼십송 강설]⑬착한 마음현상

기자명 법보신문

믿음은 마음정화 하는 중요한 마음현상
맹목적·초월적 존재 강요는 삿된 믿음

착한 마음현상은 믿음(信), 부끄럼(慙), 미안감(愧), / 욕심이 없음(無貪), 성냄이 없음(無瞋), 어리석음이 없음(無痴), / 정진(勤), 편안함(輕安), 부지런함(不放逸), / 평등함(行捨), 해치지 아니함(不害) 등이다.(善謂信慙愧 無貪等三根 勤安不放逸 行捨及不害)

이것은 제11송이다. 여기서는 제육식에 상응하는 마음현상 가운데 착한 마음현상 11개를 열거한다.

첫째는 믿음(信)이다. 믿음은 실재, 덕상, 실천에 대한 깊은 이해로서 마음을 정화하는 가장 중요한 마음현상이다. 종교적인 깨달음의 출발은 바로 믿음에 있다. 실재에 대한 믿음이란 진리, 법에 대한 깊은 신뢰이다. 덕상에 대한 믿음은 바로 스승과 그 제자와 동료에 대한 믿음이다. 실천에 대한 믿음은 최고의 선을 실현할 수 있는 자신의 내적인 열정에 대한 믿음을 말한다.

종종 우리는 종교가 너무 맹목적인 믿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음을 본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을 강요하고 혹은 두려움을 불러일으켜서 협박하기도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검증되지 않는 존재를 향한 어떤 종교적인 의식을 권장하기도 한다. 이런 믿음은 모두 삿된 믿음이다. 여기 유식불교에서 말하는 믿음은 직접적인 경험에 의한 합리적인 이해로서의 승해(勝解)를 원인으로 삼아서 그 결과로 즐거움과 염원을 경험하는 것을 말한다.

둘째로 부끄러움(慙)은 선현들에 비추어보아서 자신의 덕행이 부족함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스스로 오만함을 꺾는데 중요한 덕성이다. 반면에 세 번째의 미안함(愧)의 마음현상은 세상의 비열함과 죄악을 떨쳐내는 마음자세를 말한다. 타인과 세상에 대해서 어떤 미안함을 가지면, 참회의 마음이 발생되고, 그래서 결코 어떤 부정적인 행위를 할 수가 없게 된다.

다음은 넷째 욕심이 없음(無貪), 다섯째 성냄이 없음(無瞋), 여섯째 어리석음이 없음(無痴)은 이른바 탐진치(貪瞋痴) 세 가지 마음의 독이 없음을 말한다. 탐욕은 욕심으로서 세상의 유형·무형 자산에 탐착을 내는 것이요,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화를 내게 되는데, 이것이 성남이다. 반대로 어리석음은 이런 탐착의 대상이 본래 존재하지 않음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무탐, 무진, 무치를 세 가지 선근(善根)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착한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힘이란 뜻이다.

일곱 번째의 정진(勤)은 착한 마음을 일으키고 악을 끊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매우 힘겨운 일인 까닭에 경전에서 용맹한 정신을 요구한다. 마치 전장에 나가는 군인이 갑옷을 입고 나가듯이 어떤 악조건에서도 두려움 없이 물러서지 않음을 강조한다. 여덟 번째의 부지런함(不放逸)은 죄업을 제거하기 위해서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악을 근절하고 선을 닦는 마음현상이다. 그래서 마음이 거친 파도처럼 흔들리지 않고 편안함에 이름을 경안(輕安)이라 한다. 번뇌는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착한 마음은 마음을 가볍게 만들고 조화롭게 만든다.

열 번째의 평등함(行捨)은 삿되지 않는 공평함을 말한다. 선정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마음의 평정, 마음의 정직으로서 의도하거나 조작하는 마음이 사라진 마음을 말한다. 이를테면 의사가 피 흘리는 환자를 보고 흥분한다던지 다른 생각으로 혼란스러워 한다면, 그곳은 마음의 평정이 사라진 상태로서, 결국은 그 환자를 잘 도와주지 못하게 된다. 자비(慈), 공감(悲), 기쁨(喜), 평정(捨)의 네 가지 한량없는 마음(四無量心)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의 평정이 바로 이것이다. 자비, 공감, 기쁨에 마음의 평정이 없다면, 그것을 감정적인 늪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마지막 열한 번째는 해치지 아니함(不害)이다. 이것은 살아있는 모든 목숨을 해치지 않는 마음을 말한다. 간디의 불살생과 통한다. ‘일체의 살아있는 중생을 죽이지 않고, 자비심을 가지고 중생을 살리겠습니다.’는 오계의 첫 번째 항목이다.
 
인경 스님 동방대학원대 명상치료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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