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규 변호사의 세상 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우리 주변 모든 것은 인연으로 이어져
아름다운 사회는 조화를 이룰 때 가능

자동차의 오디오에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아주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출근길이나 퇴근길, 차 속에서 고전음악을 듣는 것이 나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클래식 FM과 같은 음악 전용 채널을 아주 좋아한다.

고전 음악은 우선 나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몰입할 수 있어 좋고, 서로 다른 여러 악기들이 조화롭게 내는 소리를 통해 세상을 배울 수 있어 좋다. 또 주변의 잡다한 소음을 막아주어서 좋고, 아무리 들어도 실증나지 않아서 좋다.

독주곡의 경우와는 달리 교향곡이나 협주곡은 여러 종류의 관악기와 현악기가 동원되어 각기 다른 소리를 내면서도 전체로서 조화된 아주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하나하나의 악기의 소리를 살리되 두드러지지 않고, 전체의 소리가 합일되지만 각각의 소리를 알맞게 나타내는 묘미가 바로 합주곡을 즐기게 하는 이유인 것 같다. 교향악단을 구성하는 어느 하나의 악기만이라도 그 소리가 너무 두드러지면 벌써 그 연주는 화음이 깨지고 순간적으로 듣는 이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러한 예는 음악의 경우만이 아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도 마찬가지로 이치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 시골길을 걸으면서 주변을 살펴보면 그 풍광이 전체로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무리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사람이 그와 하나가 될 때,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러한 조화를 깨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나지막한 산들이 이어지고 마을 앞을 실개천이 흐르는 조용한 농촌마을에 주택문제를 해결한답시고 높다란 아파트를 세워놓으니, 어울리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이다. 마치 갓을 쓰고 자전거 타는 격이다.

사람의 몸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은 숨을 쉬면서 살고, 심장이 박동을 이어감으로써 산다. 그러므로 숨이 멎으면 곧 죽는 것이요, 심장이 멎어도 죽는다. 이처럼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숨을 쉬고 심장이 뜀으로써 삶을 이어가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치다. 그런데, 항상 쉬는 숨의 길이는 늘 같은 것이 아니고, 심장의 박동도 또한 항상 같은 것이 아니라 약간 불규칙하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오히려 적당한 불규칙성이 주어짐으로써 조화롭게 건강이 유지된다는 것이니,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부분과 전체는 결코 따로따로의 것이 아니라, 전체가 하나요, 하나가 곧 전체인 셈이다. 『화엄경』에서 말하는 “하나 가운데 모두가 있고, 많음 가운데 하나가 있으며, 하나는 곧 모두요, 모두는 곧 하나이다.(一中一切 多中一 一卽一切 多卽一)”라는 진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원리는 모든 경우에 타당한 일이다. 그런데도, 무명에 가린 사람들이 만물의 영장을 자처하면서 앞뒤 가리지 않고 자연을 마구 훼손하는가 하면, 쥐꼬리만 한 권력만 쥐어도 그 티를 내느라 갖가지 분별없는 언행을 일삼다보니,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사회적으로 불협화음이 잦아질 수밖에 없으며, 조화의 미를 찾기 어렵다.

정기국회의 철이어서인지, 여의도가 유난히도 소란하다. 마치 그 존재를 과시하려는 듯 서로가 목소리를 높이니 소란할 수밖에 없고, 민주정치의 요체인 타협과 조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원래 존재한다는 것은 모두 연(緣)에 따라 서로 의존하며 조화롭게 생주괴멸(生住壞滅)의 흐름을 이어가는 과정이고, 이것이 곧 부처님께서 밝히신 자연의 법칙이다. 이러한 자연의 법칙에 따라 조화롭게 신구의행(身口意行)이 이루어지는 것이 곧 순리이고, 순리 속에서 우리는 조화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