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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사람들

기자명 법보신문

[논설위원 칼럼]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11월 25일은 세계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의 날이다. 이날을 제정한 것은 1981년 남미의 여성단체들이다. 1961년 11월 25일 독재국가였던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독재 타도를 외치던 미라벨 세 자매가 살해된 것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였다. 유엔은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날마다 수많은 여성이 살해되거나 불구가 되고 구타나 성폭행을 당하며 성노예로 팔리거나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모든 형태의 폭력을 뿌리 뽑는 데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중아함경』에 보면 생전에 악행을 하면 죽은 뒤 지옥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어떤 명분으로도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

11월 28일은 안락사가 허용된 날이다. 2000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네덜란드가 안락사를 허용했다. 안락사란 죽음의 단계에 들어선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그 환자를 죽게 하는 것을 말한다. 안락사를 인정하자는 움직임은 1930년대 중반부터 나타났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게 되자, 특히 환자가 선택을 할 수 없는 경우에 극단적인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당하고 있는 환자의 가족과 주치의가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제기되었던 것이다. 안락사는 그 동안 윤리적 종교적 의미로서 많은 논란이 되어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공개적인 거론조차 꺼리는 분위기로 안락사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환자 자신에 의한 안락사는 자살로, 타인에 의한 안락사는 타살로 간주되고 있다.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구족화가라 부른다. 2006년 11월 29일 제2회 월드 어워드 여성성취상을 받은 영국의 앨리슨 래퍼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는 구족작가이다. 래퍼는 어머니가 임신 중에 수면제를 잘못 복용하는 바람에 두 팔이 없고 두 다리가 뭉뚝하게 짧은 형태로 태어났다. 태어난 지 넉 달 만에 버림받아 19살 때까지 병원과 지체장애인 시설에 살았던 래퍼는 장애에 굴하지 않고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 사진가, 설치미술가가 되었다. 래퍼의 작품 주제는 ‘장애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래퍼는 살아있는 비너스라 불리기도 한다. 스스로 팔 없는 밀로의 비너스 포즈를 취하거나 그런 작품을 즐겨 했기 때문이다. 래퍼는 의족과 의수를 하지 않는다. 처음에 의족과 의수를 달았으나 그것이 자기에게 도움이 된다기보다 남들을 덜 당황스럽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뿐이라며 벗어던졌다는 것이다. 『유행경』이나 『앵무경』에 보면 천한 행동을 하면 천해지고 존귀한 행동을 하면 존귀해진다고 했는데요, 앨리슨 래퍼야말로 존귀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된다.

11월 30일은 숭산 스님이 입적한 날이다. 한국불교 해외개척의 선구자였던 숭산 스님이 입적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해외포교에 전념하다보니 숭산 스님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유명했다. 티베트의 달라이라마. 베트남의 틱낫한, 캄보디아의 마하 고사난다와 더불어 숭산 스님은 4대 생불이라 불리기도 했을 정도이다. 해외포교에 뜻을 세운 숭산 스님은 1966년 일본을 시작으로 1972년엔 미국에 홍법원을 설립하고 이후 30년 동안 유럽, 아프리카, 호주 등 세계 35개 나라에 80여 개 선원을 세웠다. 숭산 스님은 한국불교의 우수성을 알리며 수많은 외국인 제자를 길러냈다. 외국인 제자들이 5만 여명이며 법사 자격증을 받은 사람이 80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11월 30일은 종교간의 화해가 이뤄진 날이다. 1979년 11월 30일 로마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가 9백년간의 불화를 종식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 이렇게 열린 자세로 다른 종교를 받아들일 때 종교를 통한 평화가 가능해진다. 『화엄경』에도 남을 해치는 말, 거친 말, 나쁜 말, 남의 원한을 사는 말을 버릴 것을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우리 불자들부터 다른 종교를 깎아내리는 말을 삼가면 좋겠다.

손혁재 경기대 정치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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