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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모든 것은 상호의존관계 맺고 있어
삼독 버리는 것이 위기극복의 첩경

1980년대부터 ‘세계화’, ‘국제화’라는 소리가 높아지면서, 마치 그것만이 살길인 듯 모든 것을 이 말에 맞추려고 애를 쓰던 것이 엊그제의 일 같다. 그런데, 지금 모든 나라들은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몰려 허덕이고 있으니, 경제위기도 세계화된 셈이다.

미국의 월 스트리트에서 시작된 금융경색은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전 세계의 금융시장에 파급되었고, 그것은 곧 실물경제를 마비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에서 금융은 혈액순환과 같은 구실을 하는 것이어서, 금융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 경제가 경색된다는 것은 마치 피가 제대로 돌지 않으면 건강상태가 망가지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그렇다고 당면한 경제위기를 세계화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세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경제위기의 파급효과와 시간에 약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원래 이 우주의 모든 것은 서로 뗄 수 없는 상관관계(相關關係)에 있어, 모든 것은 인연에 따라 서로 의존하고 관계를 맺는 가운데 돌아가게 되어 있다. 어느 것 하나 본래부터 그 자체로서 독자적이고 고유한 것은 없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잡아함의 『연기법경(緣起法經)』에서 인연법칙을 설명하면서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것이 일어난다”고 말씀하셨다. 우주 만물의 상호의존 관계를 분명하게 밝히신 예이다. 현대사회의 경제구조는 국경을 넘어 상의상관관계(相依相關關係)에 있음은 우리가 잘 아는 일이다. 그러니 한 나라에 있어서의 금융위기는 당연히 그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나라에 파급되고, 경제의 한 분야가 막히면 곧 그와 관련되는 다른 분야에로 확산되어 가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문제는 경제난국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처방이다. 경제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면 그 정확한 원인을 파악함으로써 그 문제를 극복할 옳은 방법을 찾아 실행에 옮겨야 한다. 바로 부처님께서 이르신 사성제(四聖諦)의 공식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한마디로 미국의 대형금융회사들의 끝을 모르는 탐욕과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사교(邪巧)에 가까운 금융기법에서 빚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원래, 탐욕은 탐욕을 더하고 사술(詐術)은 사술을 낳아 결국은 파멸로 이르게 한다는 것은 우리 인류역사가 실증하고도 남음이 있는 일이다. 문제해결의 첩경은 구조조정이니 뭐니에 앞서 사람이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일은 사람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그러니, 모두가 탐진치(貪瞋癡) 삼독을 버리고 바른 소견으로 정상적인 경영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업친데 덮친 격으로 경제 한파와 함께 겨울 한파가 닥쳐왔다. 그러니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은 더욱 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둠이 심하면 여명(黎明)이 가까운 것이요, 추위가 혹독하면 봄이 가까워짐을 뜻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한 때도 정지됨 없이 일정한 순환과정을 거듭한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곧, 모든 것은 나서 존재를 계속하다가 무너져 사라지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의 과정이다. 이 법은 사람이나 기업이나 나라나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요, 그러한 순환법칙에서 벗어날 장사는 없는 것 같다.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각자가 그의 몫을 조금씩 덜 챙기고 서로를 배려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을 생활화할 일이다. 그러려면 탐욕을 버리고 무명에 가린 마음을 닦아내면서 바른 소견, 즉 정견(正見)을 기르는 것이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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