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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오바마와 한국불교

기자명 법보신문

이기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미국이 과연 모든 걸 이룰 수 있는 곳인지 의심하고 있다면, 우리의 민주주의 역량에 의심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면, 오늘밤 그 해답이 나왔다”
라고 버락 후세인 오마하는 그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려고 시카고 그랜트 공원에 모인 수많은 대중에게 외쳤다. 그의 “담대한 희망(Audacious Hope)”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1865년 미국에서 남북전쟁의 결과로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실제로 현재까지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보이지 않은 정치적 사회적 차별이 존재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은 1963년 워싱턴에서 열린 흑인집회에서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언젠가, 나의 어린 네 명의 아이들도 피부색이 아니라 그들의 인격으로 판단되는 나라에 살게 될 것이라는 “라고 절규했다. 그로부터 45년이 지난 후에 오바마가 미국 제 44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그의 꿈이 실현되었다.

이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오바마의 캐치프레이즈 (catch phrase)는 다음의 세 가지, 즉 “변화, 통합, 희망 ”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의 캐치프레이즈가 불교의 진리와 이상을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해간다 (諸行無常)”는 것은 불교의 진리를 표현하는 사법인의 으뜸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개혁을 거부하는 어떠한 국가나 조직도 결국 몰락하게 됨은 인류의 역사가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리를 거스르기 때문이다.
풋내기 지방 정치인인 오바마를 국가적 인물로 부각시킨 것은 4년 전 “진보의 미국도, 보수의 미국도 없다. 우리에겐 하나의 미합중국만 있다”라는 존 캐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연설이었다. 그는 여기서 변화와 통합의 전도사로서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미국 국민에게 깊이 각인시켜 로마의 시저(Caesar)도 두려워 할 권력을 가진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통합은 불교의 기본 진리인 공(空)사상과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것이 공하다”는 것이 반야경전의 근본 메시지이다. 모든 것이 공속에 완벽하게 통합되어 있다. 따라서 통합을 저해하는 어떠한 정치적 행위도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 또한 진리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캐치프레이즈는 희망이다. “우리는 본래 부처이고 단지 미혹해서 그것을 모르고 있다. 한 생각만 돌리면 부처가 될 수 있다”라는 불교의 가르침보다 인류에게 더 강력한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있을 수 있을까? 성불하여 모든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희망보다 더 담대한 희망이 있을까? 이러한 희망에 비하면 오직 미국의 정치와 사회를 개혁하겠다는 오바마의 희망은 시쳇말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는 영리하게도 불교의 가르침들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파산에 처한 기독교 문명의 종주국 미국을 구원하는 메시지로 강력하게 전달하여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왜 불자들이 기독교세력에 밀리고 범불교대회를 열어 국민에게 우리의 존재의의를 과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 왜 오바마처럼 불교의 진리를 강력하게 국민에게 전달할 수 없는가? 무엇이 문제인가?
우리나라 불교는 선(禪)을 위주로 한 통불교이다. 선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포교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선이 수많은 대중에게 어필하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 불교가 활기를 잃어버린 주된 이유가 아닐까?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어떤 집단도 몰락을 면할 수 없다. 국민의 가슴에 열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포교 메커니즘을 모색하고 이를 과감하게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불교의 대중화와 민주화에 한국불교 미래의 꿈과 담대한 희망이 있지 않을까?

이기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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