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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 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구원은 스스로 하는 것
의미 없는 고민은 낭비

사람들이 모여 앉으면 의례히 경제 불황에 대한 걱정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이른바 펀드나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투자한 원금이 반 토막이 났다고 한심어린 소리를 하는가 하면,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미 건축한 아파트의 거래가 없음은 물론 새로운 일 꺼리가 없고 은행에서의 자금융통조차 어려워 하루하루의 부도를 막는데 온 신경을 다 쓴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일을 하고도 자금이 돌지 않아 도산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음을 한탄한다. 경제계의 사정이 이렇다 보니 누구 하나 마음이 편한 사람이 없고, 살만 하다고 어께를 펴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문자 그대로의 경제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셈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위기에 처했을 때 사람들이 취하는 태도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실망과 고민에 싸여 소극적으로 번뇌의 나날을 보내는 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여 적극적으로 방안을 모색하고 추진하는 유형이다. 사람들의 고뇌는 지나간 과거의 일에 대한 후회, 실망이나 고민으로 인한 것 또는 닥쳐올 미래의 일에 대한 불안이나 망상으로 인한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로서 돌이킬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 불확실한 상태의 것이다. 사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현재란 거의 없는 것과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라고 느끼는 순간 그것은 벌써 과거로 흘러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람들의 고뇌라는 것은 알고 보면 의미가 없거나 불필요한 생각이 빚어내는 망상에 지나지 않은 것이고, 매우 낭비적인 일이다.

심리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람들이 하는 걱정이나 고민을 분석해 보면 약 80-90%는 불필요한 것들이라고 한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고민이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문제에 대한 걱정 또는 자기 힘으로 좌우할 수 없는 성질의 것 때문에 번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낭비만을 쌓아가는 꼴이다. 우선, 소중한 시간의 낭비요, 에너지의 낭비이며, 건강을 해치고, 이웃과의 분위기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올 뿐, 아무런 소득도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그리고 해야 할 일은 순간순간을 충실하고 알차게 채워가는 노력을 하고, 다소곳이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의 『과거무상경(過去無常經)』에서 “거룩한 제자로서 이렇게 관찰하는 자는 과거의 물질을 돌아보지 않고, 미래의 물질을 즐겨하지 않으며, 현재의 물질은 싫어하고 욕심을 떠나 바른 방향으로 멸하여 다하느니라.”라고 말씀하시어 지나간 과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장래의 문제로 사서 고민하지 말고, 현재를 바로 보라는 교훈을 일깨우셨다.

한편, 사람들은 어려움이 닥치거나 큰일을 앞에 둔 때에는 흔히 무엇인가에 대고 구원을 청하는 예가 많다. 요새 경제 한파가 몰아쳐 쉽게 풀리는 일이 드물다 보니 절이나 교회를 찾아 구원을 청하는 기도에 몰입하는 예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구원은 스스로 구원받을 만한 일을 함으로써 자기를 구원하는 것이지, 기도를 잘 한다고 해서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다.
추위가 닥치면 스스로 옷을 껴입고 따뜻하게 해야지, 기도한다고 해서 따뜻해 질 수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중아함의 『가미니경(伽彌尼經)』에서 이르시기를 “저 남녀들은 게을러 정진하지 않고, 악한 법을 행하며, 열 가지 착하지 않은 업도, 곧 살생하고, 주지 않은 것을 취하며, 사음을 행하고, 거짓말을 하며, 내지 삿된 소견을 성취하였는데, 만일 여러 사람이 각각 합장하고 그들을 향하여 칭찬하고 축원하였다고 하여 그것을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 좋은 곳에 가고 천상에 날 수 있다는 것은 그럴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열 가지 착하지 않은 업도는 검은 것으로서 검은 갚음이 있어, 자연히 밑으로 내려가 반듯이 악한 곳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다. 구원은 스스로의 행에 달린 것이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길 일이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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