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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依僧' 대상은 스님 아닌 교단

기자명 신준식
'삼귀의(三歸依)'란 무엇인가. 삼보(三寶)에 귀의하는 것을 말한다. 삼보는 불보(佛寶) 즉 깨달음을 이룩한 부처님, 법보(法寶)는 부처님이 설하신 교법, 승보(僧寶)는 교법대로 수행하는 자이다. 우리가 삼귀의문을 봉독하는 것은 부처님에 귀의하고, 부처님 법에 귀의하고, 교법대로 수행하는 자에게 귀의한다는 것이다. 그럼 왜 삼보에 귀의하는가. 부처님은 최상·무상의 인격 완성자이기 때문에 귀의하고, 교법은 부처님에 의해 잘 설해진 진실이기 때문에 귀의하고, 불교교단은 평등화합의 이상사회이기 때문에 귀의한다.

요사이 '귀의승(歸依僧)'을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 귀의문은 스님·신도 모두가 같이 봉독하는 글이다. '스님들께 귀의하는 것'과 '불교교단에 귀의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용어에 따라 후속적 영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들이 교단의 중요 구성원이 되기는 하나 교단이 스님만으로 구성될 것은 아니다. 또한 스님들이 바로 평등화합체이고 이상사회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로 하기보다는 '불교교단에 귀의합니다'가 어떨까 한다. 불교행사시 앞 차례에서 삼귀의문이 봉독된다. 이 '삼귀의'는 종교심을 여는 것으로 종교의식에서 서론격이다. 그래서 이러한 용어일수록 보다 논리에 맞고, 종교적 목적을 쉽게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귀의승'의 의미에 왜 평등이나 화합이 들어가는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불교가 특히 분열을 경계하고 화합을 강조하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불교의 종교적 목적이 '상구보리 하화중생'이지만, 깨달음을 중시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오래 동안 '나 홀로'나 '차별'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교의적 특성 때문에 화합을 중시하고 그것을 권하는 것이다. '귀의승'은 곧 '평등과 화합에의 귀의'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불교신앙에서 평등과 화합을 지향하는 것은 '부처님을 따르고' '교법을 지키고' 하는 만큼이나 중요하다. 그래서 '삼귀의'가 된 것이다.

현대는 복잡한 사회이다.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의 불교가 과학적 종교라고 좋아한다. 그것은 불교의 교리가 과학성에 맞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불교용어도 과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불교가 발전적이기 위해서는 불교교단의 조직은 평등의 원리에 철저하고 화합적이어야 한다. 하나의 행위와 사건은 그 행위와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고, 그 경과가 있으며, 또한 그에 의한 결과가 따라 오기 마련이다.

불교가 인도에서 멸망하게 된 데에는 불제자간의 평등과 화합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그 멸망의 구체적 요인으로 첫째는 불교 목적인 깨달음이 너무 중요시되었고, 또한 그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일반 신도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스님에게도 깨달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 두 번째의 요인은 깨달음의 종교에서는 스님 이외의 사람들에게는 배려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깨달음에만 그 중요성을 부여한 나머지 평신도의 조직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고, 평신도는 그들의 교구조직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평신도의 조직과 평신도와 스님간의 상호조직을 갖지 못하는 것은 타종교와의 갈등 그리고 적대관계에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인도에서 어느 정도 평신도 조직이 있었다면 그것은 다만 스님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존재로 만족해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현재 우리의 현실과 전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의 불교가 진정 발전하기 위해서는 '귀의승'과 같은 용어들이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의미로 사용되어야 하고, 평등과 화합의 불교조직이 많이 생겨 불교의 저변이 견고하였으면 한다.



신준식<대구대 사회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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