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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역경원장 월운 스님 해임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08.12.16 17:41
  • 댓글 0

“불교학술원 위한 부득이한 조치” 해명
‘특정 이사의 정치적 보복’ 의혹 제기도

지난 50여 년 가까이 역경불사에 헌신해왔던 동국역경원장 월운 스님이 동국대의 일방적인 해임 결정에 따라 동국역경원을 떠나게 돼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동국대는 지난 12월 8일 총장이 주관하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지난 10월 31일자로 계약이 만료된 역경원장 월운 스님의 재계약을 승인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월운 스님은 지난 1993년부터 맡아오던 역경원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고, 이런 가운데 불교대학 모 교수가 차기 역경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국대 측은 역경원장의 갑작스런 해임 이유로 불교학술원 추진을 위한 부득이한 조치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최순열 동국대 학사부총장은 “불교문화연구원, 전자불전문화콘테츠연구소, 역경원 등을 하나로 묶는 불교학술원 추진과정에서 역경원의 역할과 위상이 재조정될 수밖에 없다”며 “이런 과정에서 큰스님을 원장으로 모신 채 일을 처리해 나가는 것이 큰 결례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동국대의 해임 결정이 오히려 역경원장에 대한 중대한 ‘결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비록 동국대 총장이 역경원장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더라도 이러한 절차는 지극히 형식적인 차원에 불과하다는 게 역경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1962년 조계종 통합종단 출범 이후 역경, 도제양성, 포교를 3대지표로 채택하고 이를 구체화해 1964년 동국대에 설립한 기관이 역경원인 만큼 조계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그동안 학교 측이 역경원장 해임이나 임명을 단독으로 결정하지 않았던 관례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월운 스님이 1965년 조계종 역경위원에 선임된 이후 최근까지 수많은 경전을 번역해 왔으며, 특히 1993년 동국역경원장에 취임한 이래 줄곧 한글대장경 사업에 전념함으로써 고려대장경의 한글화를 이끈 ‘역경보살’로 칭송 받는 어른 스님이기 때문이다. 실제 월운 스님이 역경원장에 취임한 후 지금까지 재계약 형식을 취했지만 학교 측에서 이를 문제 삼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대학 측이 역경원장 스님과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해임 결정을 내린 것은 역경원에 대한 무시 차원을 넘어 불교계 원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동국대 불교대학의 한 교수는 “20세기 한국불교 최고의 불사라고 일컬어지는 한글대장경 완간사업도 월운 스님의 발원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학교에서 이런 큰 공로가 있는 큰스님을 대학에서 제대로 모시지 못하는 것은 대학 스스로 지성의 전당임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오랫동안 역경작업을 해온 한 역경위원도 “월운 스님은 은사였던 운허 스님의 뜻을 받들어 평생 역경불사에 헌신해 오신 분”이라며 “이런 존경받는 어른이 별다른 이유 없이 물러나야 하는 것은 참으로 슬프고 부도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해임이 힘있는 특정 이사의 압력에 의해 대학 측이 결정한 일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아무리 대학 총장이라도 교구본사 조실이자 오랫동안 역경원장으로 계셨던 어른을 하루아침에 바꾸겠다고 나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 측의 해임 배경에는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특정 법인 이사의 ‘압력’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이와 관련 조계종 한 중앙종회의원 스님은 “역경원장 스님께서 조실로 계신 제25교구의 두 종회의원들이 그동안 재단의 유력한 특정이사와 뜻을 같이해 왔으나 최근 대립적인 관계로 바뀐 점이 이번 역경원장 해임에 큰 영향을 준 것 같다”며 “대학조차 종단의 정치적 논리에 좌지우지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지난 12월 12일 동국대 총장의 면담요구를 거절한 역경원장 월운 스님은 “갑작스레 들려오는 얘기들에 참으로 당혹스럽기도 하고 역경불사를 후원해주고 있는 많은 불자들께 미안하기도 하다”며 “좀 더 고민을 한 후 19일 있을 삼장법회 때 대중들에게 내 심경을  얘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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