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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서 스님의 방하착]무상의 수레바퀴서 벗어나라

기자명 법보신문

‘이 우주에는 헤아릴 수 있는 생(生)이 있으며 헤아릴 수 없는 생이 있다. 여래는 수명(壽命)을 버렸다. 항상 여래는 안으로 기뻐하며 고요한 마음을 가졌으며 스스로 갑옷을 찢듯이 스스로의 생도 찢어 버렸다.’

사람의 수명은 유한(有限)하다. 겨우 백년도 되지 않는 삶이다. 수행을 하고 자기 자신을 바르게 인도하는데도 모자라는 짧은 시간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생의 시간이 많다고 느끼지만 실로 찰나(刹那)에 불과하다.

우리 인생은 찰나에 불과

어찌 보면 인간만큼 고통스러운 존재도 없으며 인간만큼 괴로운 존재도 없다. 왜냐하면 평생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 속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짧고 고통스러운 생을 살면서도 인간의 마음속에는 항시 무한대의 탐욕이 덩굴채로 자라고 있다.

기쁨이 크면 고통 또한 크고, 괴로움이 크면 기쁨도 크다. 이것은 변할 수 없는 세상의 진리이다. 진정 행복한 사람은 고통도 기쁨도 멸(滅)한 ‘있는 그대로’의 고요함을 지닌 사람이다. 부처님은 이러한 사람을 두고 진실로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이 세상은 덧없는 무상(無常)의 세계이다. 육신이 사라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무(無)의 세계로 되돌아가야 한다. 이 세상에 자기 것은 하나나도 없으며 심지어 자식도 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간은 탐욕의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부모은중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父母恩重終有別 妻子義深也分離 人情似鳥同林宿 大限來時各自飛 (부모은중종유별 처자의심야분이 인정사조동림숙 대한래시각자비)’
‘부모의 은혜가 크다고 하지만 필경은 이별할 날이 있고 처자의 정(情)이 아무리 깊다고 하여도 결국은 헤어지네. 인정이란 마치 새떼가 숲속에 모여 자는 것 같아 날이 새면 각자가 제 갈 길로 날아가네.’

그렇다. 부모니 처자니 하는 것도 결코 영원할 수 없다. 아무리 정이 깊고 사랑이 두텁다고 해도 각자가 제 지은 업(業)에 따라 육도(六度)로 흩어진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영원의 생명을 얻지 않고서는 이 무상의 수레바퀴를 면할 길이 없다. 마치 새가 숲속에 같이 모여 있다가 날이 밝으면 제갈 길로 모두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세상에 자기 것은 하나도 없으니

이렇듯 우리는 이 세상 속에서 결코 무상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발심을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옛 조사의 말씀에 ‘如救頭燃(여구두련)’이란 말이 있다.
‘머리에 마치 불이 붙은 것 같이 급한 마음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 는 뜻이다.
우리의 삶은 이토록 짧기 때문에 육도를 윤회하지 않기 위해 서둘러 수행을 하고 마음을 닦아야 한다.
또 『백구경』(百句警)에 ‘假令經百劫 所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가령경백겁 소작압불망 인연회우시 과보환자수)’라는 말이 있다. ‘가사 백겁을 지낸다 해도 지어 놓은 업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말이다. 참으로 무서운 경구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바로 수행에 진력하라

선업(善業)이던지 악업(惡業)이던지 한 번 지어 놓은 것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고 어느 순간 그 업의 싹이 틀 수 있는 인연을 만나기만 하면 거기에 따른 과보가 나타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말이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업의 씨앗은 결코 남에게 전가시킬 수도 없다.
왜냐하면 업이란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업이 싹이 틀 수 있는 조건만 만나게 되면 업복(業復)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가히 몸서리가 칠 정도로 무서운 경구(警句)이다.

이렇게 절실한 불조(佛祖)의 유훈(遺訓)을 읽으면서도 피부를 찌르는 것 같은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면 진실로 제도하기 어려운 사람이다. 우리는 이 같은 것을 깨달아 항상 자신의 마음을 닦는 수행을 서둘러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끝〉
  

월서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원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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