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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광 스님의 가피이야기]새해엔 기도·정도로 가피의 문 열라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은 왕자시절 농경지에서 새가 벌레를 쪼아 먹는 것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으셨다. 톨스토이는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는 잔인한 현장을 보고 신을 의심했다. 신이 만든 세계가 왜 이다지 잔인한가? 물었다.

실제로 이 세계가 약육강식의 세계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도리가 없다. 파리가 하루살이를 잡아먹고 잠자리가 파리를 잡아먹는다. 거미가 잠자리를 잡아먹고 새가 거미를 잡아먹는데, 독사가 새를, 이리가 독사를, 호랑이가 이리를 잡아먹는 먹이 사슬의 끝에 사람이 있다.

인간은 저 원시시대로부터 생존을 위해 잡아먹히기도 하면서 맹수들과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했다. 원시시대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에 싸움이 없는 곳은 없다. 미국이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대치 상태고 남한과 북한, 아프리카 등 수많은 나라에서 준 전쟁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나라마다 열전에 가까운 여야의 대결이 있고 사회 각 단체마다도 노사의 대립이 있고 가정 내에는 부부간 부자간, 성직자들도 서로 간에 싸우고 있고, 신도들과의 사이에도 치열한 알력이 펼쳐져 분쟁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싸우지 말라 하면서 싸우고, 싸우지 말자 하면서 싸운다. 우리는 모두 싸우며 산다. 우리는 모두 싸우며 살다 죽고, 싸우다 죽는다. 우리는 싸우지 않고 살 수 없다.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숙명적 상황이다. 죽음과의 싸움, 고뇌와의 싸움, 죄악과의 싸움 등, 내면세계의 본질적인 싸움은 또 어떠한가?

사람들은 사랑과 평화를 원하면서도 싸우고, 양심적 인생을 원하면서도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처절한 이율배반적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인생! 칸트는 1795년 『영구평화론』이란 논문을 쓰고 난 뒤 ‘나의 환상곡’이라 명명했다. 왜 인류는 이와 같은 싸움의 도가니 속을 헤매야만 하는가? 그것은 결국 내부에 존재하는 악마성 때문이다. 내면의 악마가 존재하는 한 싸움은 존재의 속성이요, 만물을 지배하는 법칙일 수밖에 없다.

사회는 이렇듯 투쟁과 타협의 두 수레바퀴를 통해 굴러간다. 상생과 상극의 원리가 상호작용 하는 것이다. 경쟁이 없는 곳에 진보가 없고 대립이 없는 곳에 성장이 없다는 사실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결국 우리의 삶은 싸우며 발전하는 것이다. 현상계의 이전투구의 싸움은 모두가 업의 현현이다. 모두 투쟁의 고통을 감당하며 열반으로 나아간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 투쟁이랄 수 있는 세 가지는 첫째 추위 더위 등 자연과의 싸움이요, 둘째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요, 셋째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끝없이 변화하는 가상의 세계에 사로잡혀 그것을 실재라고 생각하고 투쟁에 집착하는 자들은 투쟁의 고통과 질병 불행을 면할 길이 없다. 위대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같은 처절한 세계에 출현해 서로가 사랑하고 협력하는 이상세계를 건설하려했다.

이 같은 현실의 처절함을 업의 현현과 업의 소멸로 설파하시고 그의 해결책을 초월적 수행과 정도, 바라밀 등의 실천으로 제시하신 분이 부처님이시다. 죽음이라는 원천적 두려움에 시달리는 가련한 인간에게 초월적 기도와 정도를 바탕으로 한 바라밀을 가르치셨다. 처절히 다가오는 투쟁을 극복하기 위한 초월적 삶과 그들을 정도로 대하고 육바라밀로 이기라 말씀하셨다.

투쟁은 업의 각종 형벌이다. 업의 소멸과정인 처절한 고통을 겪고 있는 인간에게 가장 강력한 가피의 길은 결국 기도와 정도, 바라밀일 수밖에 없다. 끝없는 기도와 법의 연마를 통한 정도와 바라밀의 행자만이 부처님의 위대한 가피와 하나 될 수 있다. 우리는 정도의 길을 너무도 잊고 산다. 다 알면서도 육바라밀의 길을 등한시한다. 기도, 팔정도, 육바라밀이 있는 곳에 부처님 가피가 항상 함께 하신다. 각양각색의 싸움의 패잔병들에게 위대한 부처님가피력의 메시지가 팔정도와 육바라밀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새해를 맞으며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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