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빛은 어둠 속에서 더욱 밝게 나타나
봄이 옴은 겨울 이겨낸 소중한 대가

2009년이라는 해가 밝은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나고, 엊그제로 소한(小寒)까지 보내고 나니 이번 겨울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든 것 같다. 새해가 밝으면 으레히 개인으로서는 나름대로 새해의 꿈을 키우고, 회사나 단체는 새해에 펼칠 사업의 계획을 세운다. 또 나라는 나라대로 그 해의 시정방향을 확립하여 이제 막 문을 연 새해를 알차고 보람 있게 보내려는 생각을 다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새해 들어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의 인사로 덕담(德談)을 잊지 않음으로써 서로가 화합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예사이다. 인심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이만만 하면 좋을 성 싶다. 특히, 금년은 동양에서 말하는 기축년(己丑年)이어서 이른바, ‘소’의 해이다보니, 세계적으로 경제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처지에서 금년 한해가 소처럼 중후하면서도 알찬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으로 가득하다.

“소처럼 벌어 쥐같이 먹어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특히, 소는 십우도(十牛圖)에서도 볼 수 있는 것처럼, 생각대로 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비유하여 범부의 마음닦이를 설명하는 데 자주 묘사되는 존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아무튼, 금년 겨울은 유난히 춥게 느껴지고 지루한 것 같다. 즐겁고 활기가 넘치는 때에는 좀 더 있었으면 한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 같고, 추위도 오히려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과는 달리 경제가 어렵고 살기가 고달프면 추위도 더 심하게 느껴지고 겨울도 더디게 가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이 예사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마음에서 우러나는 일이고, 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어둠은 밝음의 서곡(序曲)이요, 빛은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것이다. 겨울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것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멀지 않다는 소식이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과 얼어붙은 눈 사이를 헤집고 피어나는 화사한 복수초(福壽草) 꽃을 볼 수 있는 것도 어쩌면 겨울의 모진 설한풍(雪寒風)을 이겨낸 소중한 대가인지도 모른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거나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면 모든 것은 대치(對峙) 속에서 관계가 이루어지고 조화가 유지되는 순환의 과정임을 알 수 있다. 어느 한때를 가만히 있지 않고 늘 변하고 돌아가는 것이 이 세상일이고 우주의 섭리이다. 경제현상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그러니 절대적인 것도 없고 독자적인 것도 없으며, 정체적인 것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무명에 가린 사람들이 단편적인 현상에 매달려 일희일비를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원래 현상이라는 것은 우리가 그렇게 느끼는 것일 뿐이다. 우리 눈에 그처럼 비치니 거기에 그것이 그렇게 존재하는 것이다. 스탠포드의 로페즈(Donald Lopez) 교수가 밝힌 바와 같이 세상에 그 자체로 존재하는 진정으로 흰 것은 없으며, 검음이 있기 때문에 흰 것이 눈에 비치는 것이고, 빛깔이라는 것도 사실은 각각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빛의 파장에 불과한 것이다. 경제 불황에서 오는 우리의 고통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가 그처럼 느끼기 때문인 것이며, 그 느낌의 정도나 상태는 제각각이다. 결국, 그 자체로서 고정되고 절대적인 것은 없으며, 모두가 마음의 산물이다. 그런데, 청정한 우리의 본래 마음은 욕망과 질시(嫉視)와 무명에 가려 온전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바로 보지 못하며 스스로 만든 허상에 매어 울고 웃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의 『무지경(無知經)』에서 비구들에게 이르시기를 “마땅히 마음을 잘 생각하고 관찰하라. 무슨 까닭인가? 긴 밤 동안에 마음은 탐욕에 물든바 되고, 성냄과 어리석음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이여! 마음이 번민하기 때문에 중생이 번민하고, 마음이 깨끗하기 때문에 중생이 깨끗하니라. 비구들이여! 나는 한 빛깔이면서 여러 가지 무늬의 빛깔 같은 새를 보지 못하였지만, 마음은 그보다 더한 것이다.”라고 하시어 요사스런 마음을 다잡아 본래의 청정하고 고요함을 되찾도록 강조하셨다.

오늘에 사는 우리가 마음속에 깊이 새겨 행동에 옮김으로써 스스로 평안한 마음으로 이 한해를 살아갈 일이다.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