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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변호사의 세상읽기]

기자명 법보신문

욕심 자제하고 경쟁을 순화해야
만족하는 삶이 현 난국 극복의 길

오늘날 인류가 겪고 있는 세계적 규모의 금융위기와 그로부터 촉발된 경제 불황은 그 원인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지만, 특히 이른바 ‘세계화’와 ‘경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각국정부와 기업은 물론, 개인들조차 ‘세계화’와 ‘경쟁’이라는 낱말을 입에 달고 다니듯 했고, 마치 그것만이 살 길이고 그것만이 융성한 생활을 보장하는 길인 듯 믿고, 앞뒤 가릴 것 없이 그 길로 달리다가 커다란 암벽(岩壁)에 부딪치게 된 셈이다.

세계를 무대로 한 치열한 경쟁이 날로 가속화되고, 그 경쟁에 지지 않을세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보니 경쟁의 순리와 도덕성은 약자의 진부(陳腐)한 말처럼 돼버린 것이 오래이다. 그러고도 탈이 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잘못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세계적 규모의 경제 불황은 당연히 올 것이 온 것인지도 모른다. 경제활동의 무대가 세계화되었으니, 탈이 나면 세계적일 수밖에 없다.

경쟁은 이기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이기는 것은 자기의 욕망을 실현시키는 수단이며, 욕망은 곧 ‘나(self)’를 내세우는 일이다. 사람들은 자나 깨나 실체도 알 수 없는 나라는 환상을 안고, 그 나에 홀려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모든 일에 나를 내세우고, 바로 그 나를 중심에 두고 모든 일을 생각하고 행동한다.

나, 내 몸, 내 집, 내 가족, 내 사업, 내 나라 등과 같이, 모든 일에 나를 세우다 보니 나에게 조금이라도 해롭거나 이롭지 못하면 화를 내고 반발하며, 나에게 이로운 일이면 남을 깔아뭉개고라도 실현하려고 버둥댄다. 경쟁이라는 것도 사실은 그 욕심끼리의 다툼인 것이다.

모든 나 들이 각자의 욕심을 채우려고 앞뒤를 가릴 것 없이 다투면서 조금이라도 더 큰 욕심을 채우려다 보니 결국 순리(順理)는 뒤로한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속임수 경쟁도 마다하지 않게 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번 금융위기의 모체도 지칠 줄 모르고 내닫는 월 스트리트의 탐욕과 속임수 경쟁이라고 해서 큰 잘못은 아닐 것이다.

예상외로 심각한 경제 불황에 직면한 각국 정부는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앞을 다투어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구제금융을 실행하면서, 마치 그것만이 빈사상태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묘약인 듯이 내세우고 있다. 더욱이, 많은 나라에서는 소비를 진작한답시고 국민들에게 현금을 나누어 주기까지 하고 있으니 갈 데까지 간 것 같다.

그러나 정부의 그러한 구제금융은 일시적인 대증요법(對症療法)은 될지언정,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돈 뿌리기’식의 구제조치는 모럴 해저드, 즉 도덕 해이(解弛)를 부채질하여 보다 심각한 우려의 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이 중하고 급하면 우선 대증요법이 불가피하겠지만, 그와 함께 그 병원을 바로 알아 도려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근원은 인간의 지칠 줄 모르는 탐욕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무분별한 경쟁에 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경제활동에 도덕재무장이 절실한 때이다.

부처님께서는 잡아함의 『경법경(經法經)』에서 “눈으로 물질을 보고 물질을 깨달아 알면서 물질의 탐욕을 일으키지 않고 ‘나는 전에는 눈의 의식이 물질에 탐욕이 있었지만, 지금은 눈의 의식이 물질에 대하여 탐욕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는 참답게 아는 사람이니라.”라고 말씀하시어 탐욕을 엄히 경계하셨다.

경제문제라고 해서 경제논리로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결국 우리들 사람인 것이니, 사람부터 바로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상규 변호사 skrhi@rhi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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