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에 관해서는 숱한 찬양의 표현들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경전들 속에서 내가 만난 부처님은 거창하기 짝이 없는 찬양과 칭송 너머 세상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자신에게 가장 솔직하신 분이셨습니다.
거의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간절하게 법문을 펼친 분. 언제나 떠날 준비가 완벽하게 되어 있는 분.
왕과 만날 때나 걸인과 만날 때나 그 마음이 한결 같아서 담담한 자비의 빛이 넘쳐나던 분. 사람들이 공양물을 정성스레 올리면 그 마음을 따뜻하게 격려하신 뒤에 공양물을 다시 공동체(승가)에게 귀속시킨 분. 가난한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측은하게 바라보면서도 재물의 다소(多少) 너머 그들의 마음과 근기를 먼저 살피신 분.
생사를 극복하는 진리에 관한 한은 추호의 비약도 과장도 용납하지 않는 냉랭하기 짝이 없는 분. 잿밥에 눈이 멀어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수행자를 가장 혐오한 분.
그리고 평생 사람의 땅을 맨발로 자박자박 밟으신 분....
이런 분이시기에 나는 그 분을 통하여 불교라는 지식을 배워가기 보다는 견고한 내 생각을 유연하게 넓히고 세상과 사물을 대하는 눈을 반듯하게 뜨는 법을 안내받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하나씩 공부하게 됩니다.
부처님도 늙어 가시더군요. 온몸이 쭈글쭈글 주름지고 늙어서 소화능력도 떨어지신 바람에 사람들이 올리는 공양을 받아 드시고는 복통에 시달리기도 하시더군요. 그리고는 이윽고 세상과 헤어질 시간이 다가옴을 아신 뒤에는 뒤를 따르던 수많은 수행자들을 흩으셨습니다. 중늙은이 아난 스님 한 분만 달랑 남아 인생의 마지막 숨을 토해낼 자리를 찾아 여행에 나선 부처님 뒤를 좇습니다.
“부처님, 왜 이리도 늙으셨습니까?”라며 스승의 발을 어루만지면서 격한 슬픔을 토해내는 아난에게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렇다. 나는 늙었다. 지쳤다. 지금 나는 낡아서 허물어진 수레를 가죽 끈으로 억지로 동여맨 것과 다르지 않다.”
부처님은 당신의 가사를 풀어 메마르고 주름투성이인 몸을 보여주시며 마지막 가르침을 토해내십니다.
“이제 그대들에게 당부하노니, 세상 모든 것은 소멸하기 마련이다. 게으르지 말라. 해야 할 일을 모두 이루어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부처님께서 돌아가셨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며 한동안 맥이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는 역자의 고백이 딱 내 마음입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한 존재의 최후가 담담하게 그려져 있는 경전이 바로 <대반열반경>입니다. 세간과 출세간을 동시에 바라보며 살아오신 붓다의, 지상에서 가장 간절한 당부가 담겨 있기에 나는 이 경전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령 동국역경원 역경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