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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스님의 가릉빈가] 2. 불교적 시각으로 본 베토벤

기자명 법보신문

천재 작곡가 그룹에서 베토벤만큼 시대와 사회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인물로 묘사되는 음악가는 없다. 베토벤은 독일의 본에서 1770년에 3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베토벤의 음악 천재성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자 궁정악단의 테너 성악가였던 아버지는 사심이 가득차서 순수성을 잃고 제 2의 모차르트를 만들어서 큰 돈벌이를 하겠다고 결심하였다. 욕심이 앞서다보니 아버지는 베토벤에게 혹독하게 음악공부를 시켰다.

그러나 아버지의 무리수로 인하여 베토벤은 어릴 때부터 성격장애가 시작되었고 폭력적인 문제아로 성장하게 되었다. 역시 성인이 되어서도 독선·이기적인 행동·비타협적인 대인관계·왕고집·외롭고 고독한 인생의 대명사로 각인되었다. 오죽했으면 한 달이 멀다하고 가정부를 바꾸었겠는가. 한 술 더 떠서 건망증이 프로 9단이었다. 이사를 가는 도중 악상이 떠올라 숲에서 곡을 쓰다가 깜박하고 먼저 살던 집으로 찾아갈 정도로 심하였다.

20대 초반부터 사망할 때까지 비인이라는 도시에서 본인이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이사를 하였다. 이유는 밤새도록 시끄럽게 피아노를 치면서도 오히려 이웃에게 불친절하였고 괴팍한 성격에 신경질적인 말투와 과격한 행동뿐만 아니라 쓸데없는 자존심만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회생활과는 달리 베토벤은 임종하기 몇 달 전까지도 지속적인 발전을 하였는데, 이것은 본인의 창작활동 자체가 영원한 성장을 염원하는 음악적인 삶의 태도였기 때문이었고 베토벤의 육체적 고통이 살아있는 음악창작의 초석이 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의 몸은 귀도 안 들리고 장염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였으며 눈병이 아주 심하면서도 알코올중독에 가까운 과음주자였다. 소리를 못 들어 피아노 연주도 못하고 지휘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병든 몸을 이끌고 영적인 작곡에 더욱더 매진하였다. 보왕삼매론의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마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는 말씀을 베토벤은 실천한 셈이다.

말년이 가까울수록 그의 음악은 거룩한 경지에 더욱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특히 베토벤이 임종하기 전, 최고작곡인 현악4중주곡들은 흔히 ‘신의 영역에 속한다’고 한다. 또한 교향곡 제 5번 C단조는 비서인 쉰들러가 예명을 지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흔히 ‘운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곡은 베토벤이 인류에게 인연법을 말하는 것이다. “삶의 고통을 잘 이겨내고 좋은 복을 지어야 다음 생애의 운명을 성취한다”는 것을…. 교향곡 ‘운명’의 처음 시작하는 ‘따다다 단’은 베토벤이 숲을 산책하다가 ‘짹짹짹 짹’하는 새소리에 영감을 받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필자는 이 새가 극락조의 천음(天音)이 틀림없다고 추정한다. 어떤 음악평론가는 ‘나폴레옹은 대포로 세상을 놀라게 하였고, 베토벤은 새소리로 인간을 감동시켰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베토벤 작품 중에 오늘날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은 교향곡 9번 ‘합창’이다. 그중에서도 4악장이 인기가 좋은 것은 실러의 시 <환희의 노래>가 기초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4악장은 베토벤을 인간애와 자비심의 상징으로 화합한 로맹 롤랑의 사상과 합류가 되어, 음악 애호가들은 ‘베토벤과 함께 살아간다’라는 의미와 더불어 자신을 찾았던 것이다.   051) 896-5108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부산여자대학교 음악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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