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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묵 스님의 풍경소리]

기자명 법보신문

다리가 불편한 노보살님의 봉정암 참배
믿음의 힘이 불보살과 소통한다는 증거

며칠 전 신도님들과 3일간 5대 적멸보궁 순례를 다녀왔다. 순례일정은 첫째날 통도사에서 새벽예불을 보고 적멸보궁에서 입재식을 올린 후 법흥사와 정암사 보궁을 참배한 후 오대산 상원사 중대에서 일박하며 보궁 기도를 한 후 다음 날 설악산 봉정암에 올라 일박하며 기도를 드린 후 늦은 시간이지만 다시 통도사 보궁에 와서 참배하고 회향식을 올리는 순으로 진행되기에 웬만한 신심으로는 동참하기 힘들고 진행하기도 만만치가 않다.

우선 꼬박 3일을 시간 낸다는 것 자체가 힘이 들고, 일정상 잠시의 편한 휴식 없이 기도와 산행 그리고 버스로 이동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더욱이 워낙 많은 분들이 찾는 곳이기에 땀에 범벅이 되었어도 씻기가 마땅치 않고, 잠은 새우잠이라도 잠시 어찌 붙여볼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고, 먹는 것도 편치 않지만 회향하고는 모두가 환희심을 내곤 한다. 그리고 주변 모든 인연들에게 참으로 감사한 마음을 품게 된다.

무엇보다 함께 해 준 불자님들에게 감사하게 된다. 험한 여정에 남다른 신심을 보여주시는 우리 불자님들을 보노라면 이 분들이 정말 보살의 화신이 아닌가 싶다. 지난번 순례엔 다리가 불편해 아장걸음을 걷는 노보살님 한 분이 동행을 했다.

백담사에 도착해서 그 보살님에게 ‘보살님의 걸음으로 봉정암까지 가는 것은 너무 무리인 듯 합니다. 오늘 백담사에서 다른 분들과 기도하고 계시면 내일 하산 길에 모시고 갈게요.’하고 동행한 스님에게 백담사에 모시라 이르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그렁그렁 하시며 가다 죽어도 여한이 없으니 혼자라도 천천히 따라오겠다고 한다. 마음이 애잔했지만 애써 외면하고 먼저 올라갔다. 그리고 당연히 백담사에 남아계시겠거니 하고 있는데 도착한 후 몇 시간 뒤 이미 깜깜해진 때에 자원봉사로 따라나선 포교사님에게서 지금 그 보살님을 모시고 일명 깔딱고개까지 왔는데 어두워 길을 찾기 힘드니 랜턴을 갖고 마중을 나와 달라는 전화가 왔다.

과장 스님을 재촉해 내려 보내면서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이 밤에 제대로 올라오시기는 할는지, 내일은 또 어찌 내려갈지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이 나긴 했지만 부처님에게 맡기자하고 기다리니 한 시간 반 쯤 후에 무사히 도착하셨다.

그래 한시름 놓고는 포교사님에게 어쩌자고 모시고 왔냐고 다그치니 ‘보살님이 길가 바위에 앉아 눈물짓는 모습에 어머님 생각도 나서 제가 가보자고 하여 모시고 올라왔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일도 제가 책임지고 모시고 내려가겠습니다.’하기에 더 이상 채근하지 않고 그 밤을 보냈다. 이튿날 하행길에 거사 포교사 두 분과 함께 먼저 모시고 내려가게 한 후 뒷마무리를 하고 맨 나중에 따라 내려가니 다행히 깔딱고개 아래까지는 내려가 계셨다. 거기부터 포교사님과 교대로 노보살님을 부축해 내려오는데 중간부터는 거의 탈진 상태가 되어 헛구역질을 하셔서 잠시 놀라기도 했으나, 천만다행으로 무사히 하산 할 수 있었다.
인솔자로서 앞서 온 분들에게 미안함이 적지 않았는데 정말 모든 분들이 함께 기뻐해주고 반겨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저녁 늦게 회향차 통도사에 들어서려니 몇 방울의 비가 꽃비처럼 내려 그 어려운 몸으로 무사히 그 힘든 순례 길을 완주해 내신 노보살님의 신심과, 봉사자로 따라 나서서 어머니를 모시듯 순례를 도와주신 포교사님, 그리고 함께 기뻐해준 동행한 우리 불자님들 모두에 대한 가피인 듯했고 몸과 마음을 청량하게 해주었다.

이번 순례 길에도 일흔여섯이나 되신 노보살님이 티도 안 나게 순례를 해 내시는 것을 보며 믿음의 힘이 간절함을 불러일으키고 그 간절함이 바로 불보살과 통하여 범인으로서는 해낼 수 없는 일도 넉넉히 해내는구나 싶었다.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로 힘든 요즘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일에 대한 간절함이 모이면 그곳이 곧 적멸보궁이 되어 사바정토를 구현할 것이라 믿는다.

정묵 스님 통도사 포교국장mani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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