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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조 은혜 갚으려 역경 시작”

기자명 법보신문

동방대학원대 명예박사
역경원 전 원장 월운 스님

“늙은이가 박사 학위가 없다는 걸 알고 챙겨주신 동방대학원대학교 측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 참석하기까지 과연 내가 이것을 받아도 되는 것인가, 내가 박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웃지나 않을까 고민도 참 많이 했습니다. 사실 역경은 대장경을 버리기 위한 작업이었습니다. 대장경은 사실 스님들도 다 보지 않습니다. 깨끗이 번역해서 핵심을 추리기 위해 역경을 한다는 것이 제 철학이었습니다. 이젠 현재 진행 중인 대장경 전산화 작업이 잘 마무리되길 바랄 뿐입니다.”

동국대 역경원을 이끌어왔던 월운 스님이 동방대학원대학교에서 명예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4월 18일 동방대학원대학교 사자후전에서 열린 학위 수여전례에서 학위 수여에 대한 답사를 위해 연단에 오른 노스님은 “내가 과연 이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고민했다”며 소감을 대신했다. 대장경 318권 역경이라는 대작불사를 마무리해낸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학승이지만 스님은 늘 모자란 구석이 많은 노승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역경 작업에 뛰어들게 됐던 계기와 그 지난했던 과정들을 소개하면서 스님은 남다른 감회에 젖은 눈빛으로 고마움과 미안함을 함께 표현하고 있었다.

“어릴 때 너무 먹고 살기 힘들어서 집을 나왔지요. 그리고 은사이신 운허 스님 밑에서 ‘견성성불도 불조의 은혜를 갚는 길이지만, 경전을 번역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는 말을 듣고 역경에 손을 보탰습니다. 저는 일본에 의해 우리의 전통이 뿌리 뽑히고 미국에 의해 서구화되는 과정을 봤습니다. 우리의 정신유산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붙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스님은 “곧 82세가 되는데 이젠 늙은 노승이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라며 “내가 입 다물고 남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 곧 여러분들의 마음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란다”고 인사했다. 한편, 이날 수여식에는 조계종 원로부의장 밀운 스님, 선학원 전 이사장 성파 스님, 동국대 선학과 교수 법산 스님, 봉선사 주지 인묵 스님 등이 참석했다. 

정하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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