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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시론]‘통일 보살’의 길

기자명 법보신문

“거룩하신 부처님! 부처님은 일찍이 나라 일이 잘 되려면 민족이 모여앉아 함께 의논하라 이르셨습니다. 그래서 남과 북(북과 남)의 사부대중은 오늘 부처님오신날에 이 나라 방방곡곡 사찰에서 일제히 봉축법회를 열고 통일의 서원을 발원합니다. 민족의 통일과 번영을 이룩하자면 겨레의 가슴마다에 통일의 환희를 안겨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변함없이 실천해나가야 합니다.”

부처님오신날.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발표된 공동발원문에 나오는 다짐이다. 남과 북에서 각각 공동법회를 여는 형식으로 발표된 공동발원문은 “우리 모두가 어엿한 통일보살”로 살아가자고 남과 북의 불자들에게 제안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남북관계가 시나브로 악화하는 데 있다. 공동발원문도  “지금은 비록 화해와 협력의 길에 먹구름이 몰려와 시절이 불길”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강산 관광 중단은 물론, 개성공단마저 치명적 위기를 맞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남북관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묽어지는 데 있다.

더러는 지금은 ‘경제 살리기’가 중요하다고 부르댄다. 물론이다. 고통 받고 있는 민중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옳다. 하지만 경제 살리기와 남북관계 개선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남북관계 개선이 경제를 살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현재 남과 북의 경제협력 차단으로 ‘즉각적인 손실’만 22조원에 이른다. 일자리가 1만여 개나 사라진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흔히 가볍게 여기고 있지만,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2008년까지 8년 동안 남북 경제협력의 효과는 35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으로 대외 신인도가 높아가고, 긴장완화에 따라 군비확장 축소 효과도 따르기 때문이다. 비경제적 효과까지 고려하면 훨씬 더 높은 수치가 나온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악화하면서 그 모든 게 ‘손실’로 바뀌고 있다. 이미 2008년 7월 이후 금강산 관광의 매출 및 영업 손실은 1,240억원, 사라진 일자리만 하더라도 2,250여개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을 때, 피해액은 가파르게 치솟는다. 한 금융기관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개성공단이 문을 닫을 때 공단 조성비용과 입주기업 매출 손실을 비롯한 직접 피해액이 6조원이다. 국가신인도 하락을 비롯한 간접 피해액까지 포함하면 21조원에 달한다.
진보연대가 제시했듯이, 2007년 10월4일 남과 북의 ‘정상’이 합의한 사항만 온전히 이행하더라도 연간 1조5천억 원, 10년간 15조원으로 일자리 45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

남과 북의 경제협력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해가 더할수록 누적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정부가 생색내듯 주장하는 청년 인턴제도나 ‘4대강 살리기’를 명분으로 한 건설토목사업처럼 임시방편의 열악한 일자리가 아니다. 지속성이 높은 양질의 일자리다. 만일 남북 경협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면 광물과 원자재 자체 조달, 국내 산업구조 재편, 내수시장 확대, 대륙 연결과 동북아 물류중심지로의 발돋움을 비롯해 민족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개성공단은 한계상황에 몰린 남쪽 중소기업들에게 활로를 열어줄 수 있다. 개성공단 뿐 아니라 앞으로 만들어질 수많은 공단들까지 포함한다면 일자리 창출 효과는 대폭 커진다는 게 진보적 시민사회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남북경협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남과 북이 공동 발전을 이루면서도 일자리가 늘어나는 길, 바로 그 길을 열어가는 게 우리 시대 ‘통일보살’에게 주어진 숙제 아닐까. 바로 그 ‘숙제’를 사부대중이 풀어갈 때, 공동발원문이 전망했듯이 마침내 통일의 밝은 세상인 ‘지상정토’가 우리 겨레 앞에 활짝 펼쳐질 터다.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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