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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 스님의 가릉빈가] 5. 불교적으로 본 쇼팽

기자명 법보신문

오히려 고행 즐긴 ‘피아노의 시인’

‘피아노의 시인’인 쇼팽은 낭만주의시대인 1810년에 폴란드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의 사랑으로 폴란드에서 태어났다. 그는 만 4세의 나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사춘기가 시작되기 바로 전부터 엘스너 선생님에게 전문 작곡수업을 받았다.

10대 후반에 베를린을 노크하여 독일음악의 맛을 보았으며 이어서 빈으로 입국해 피아노 독주회도 열었다. 이때 거장인 슈만으로부터 천재라는 칭찬을 들었으며 이 독주회는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로서의 첫 번째 공인 데뷔 무대가 되었다.

바르샤바에 돌아와서 연주활동을 계속하다가 음악가로 크게 성공하겠다는 야망의 꿈을 싣고 다시 빈에 도착하나, 폴란드의 11월 봉기로 인하여 입국이 거절되어 몇 나라를 전전한 끝에 마침내 희망의 파리에 정착하게 되었다.

음악활동 무대를 파리로 옮긴 무국적자인 쇼팽은 비참하고 가난한 현실을 자신의 업보로 이해하고, 음악 외의 일을 하며 날마다 돈을 벌어야했으나 오히려 고행을 즐거워했다. 즉 법구경의 “이 모든 것은 결과적으로 고뇌다. 이 이치를 깨달은 이는 고뇌와 슬픔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리니 이는 영혼의 순결에 이르는 길이다.”라는 말씀을 잘 이해했던 것 같다.

후에 쇼팽은 로스차일드 가(家)의 피아노 가정교사로 취직을 하였으며 동시에 프랑스 싸롱음악을 휩쓸었다. 19세기의 파리음악계는 싸롱에서 연주자의 실력을 들려주고 후원자를 얻는 것이 당연한 등용문 수순이었다. 필자는 유학시절에 쇼팽을 공부하던 중에 여러 번 명상에 빠진 적이 있었다.

결론은 “낭만주의 자비심을 바탕으로 피아노의 영혼을 만드는 쇼팽”이었던 것이다. 또한 쇼팽의 얼굴은 수행자나 고행자의 사진이었고 ‘낭만주의음악신화’와 그의 댄디즘은 선(禪)사상적인 느낌과 공유한다.

오로지 그의 음악을 들어본 사람만이 정교하며 기묘한 선율과 다양하고 테크닉적인 리듬을 느낄 것이다. 또한 인간의 영혼 속에 있는 착한 심성과 불성이 믹스가 되어 “공(空)이여, 영원하리라”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쇼팽은 다른 음악가들이 추구하는 유명세·허세·명성까지도 피하여 갔으며 공의 빛줄기 아래에서 작곡이 된다는 것을 실천한 음악가였다.

그러나 그의 만년의 몸은 종합병원이었다. 폐결핵·신경쇠약·만성후두염·황달·악성빈혈·근육박약 등의 증세로 병고에 시달렸으나 결코 창작과 연주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아마도 남들의 눈에는 단테의 ‘Nella miseri’-(비참함 속에서 행복한 때를 회상하는 것보다 더한 슬픔은 없나니)로 비춰졌을지도 모르지만 쇼팽은 “마른 꽃잎 지고 있는 저 쟈스민처럼 이 탐욕과 증오심으로 하여금 그대에게서 영원히 떨어져 나가게 하라”는 법구경을 암송하였을 것이다.

쇼팽의 24개 전주곡 작품 28 중 제 10곡 올림 다단조는 20초짜리 연주곡인데 그는 작곡한 이유를 “인생도 짧고 예술도 짧기에…”라고 대답하였다. 또한 그의 〈’빗방울 전주곡‘이라 칭하는 2곡〉-(제 15번 내림 라장조와 제 6번 나단조)도 빗물과 공사상의 흐름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 ’피아노의 영혼‘인 쇼팽은 1849년에 39세의 젊은 나이로 입적하였다.

그를 기리는 고티에의 추모사 중 일부는 ‘고이 잠드소서 아름다운 영혼이여, 고귀한 예술가여! 그대로 인하여 불멸은 시작되었나니…’이었다. 필자는 ‘불멸’을 음악적 깨달음으로 해석하고 싶다. 

상무 스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부산 관음정사 부주지 sangmoo1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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