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야정진-경로잔치
무주고혼 천도재 다양
여벌달, 공달, 덤달이라고도 불리는 윤달(양력 6월 23일부터)을 앞두고 전국의 사찰들이 분주하다. 본래 없는 달이기에 무엇을 하든 탈이 없다는 속설 탓에 예부터 윤달은 집수리, 산소 손질, 이장(移葬), 수의 마련 등 주로 궂은일을 처리하는 시기로 여겨져 왔다. 사찰에서는 이 시기에 맞춰 생전예수재나 천도재, 삼사순례 등을 봉행했다.
원래 없는 달이 덤으로 생겼으니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수행이나 공덕행, 순례 등을 실천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삼자는 것이 본래 취지였던 것.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윤달이 마치 ‘극락행 티켓’을 예약하는 시기인 듯 여겨지며 재가불자들은 ‘생전예수재=극락왕생’으로 오인하고 일부 사찰이나 업자들은 삼사순례나 수의판매를 통한 ‘한 몫 잡기’를 기대해 불교계의 심각한 병폐로 지적되기도 했다. 하지만 햇수로 3,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윤달인 만큼 지난 10여 년 간 윤달을 맞이하는 교계의 모습이 조금씩 변화하는가 싶더니 올해는 윤달 동안 자기 수행과 공덕 쌓기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윤달 불교풍속이 본래의 취지로 회귀하는 반가운 모습이다.
윤달 동안 생전예수재나 삼사순례, 조상 천도재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외형적인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 안에 담아내는 의미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생전예수재의 경우 생전에 미리 극락왕생을 명부시왕에게 부탁한다는 종전의 의미보다는 지금까지 지은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윤달만이라도 소홀했던 수행정진에 주력해 스스로 공덕을 쌓는 시기로 삼는다는 의미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생전예수재나 삼사순례 동참자를 모연하는 사찰들도 모연문을 통해 ‘참회하고 정진하는 기회’ ‘부처님과의 인연을 두텁게 하는 순례’ ‘공덕 닦아 부처님 은혜 갚는 시기’ 등으로 생전예수재와 삼사순례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어 윤달에 대한 신도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예수재 기간 동안 철야정진, 삼천배정진, 특별법문 등 더욱 강도 높은 수행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사찰들이 등장한 것도 이러한 변화를 전해준다.
스스로를 위한 정진과 함께 자비행과 보시행을 통해 공덕을 쌓는 것 역시 윤달에 꼭 해야 할 불자들의 신행이라는 인식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스님들께 가사를 공양하는 가사 불사, 독거노인을 위한 경로잔치나 수의 보시, 무주고혼을 위한 천도재 등을 윤달에 마련해 신도들의 동참을 독려하는 것 역시 변화하는 윤달의 모습이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