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 IC·기차역명 반영
KTX 통도사 역명 분쟁 중
전통사찰이 고속도로나 기차 이용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세운 이정표나 기차역명에 표기되는 것은 이들 천년사찰이 이미 지역의 대표 명소가 됐을 뿐만 아니라, 사찰이 지닌 문화적 가치 및 정신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국 고속도로에는 해인사, 통도사, 송광사, 백양사, 수덕사 등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5대 총림을 비롯해 상당수의 천년 고찰 이름을 딴 나들목(IC)이 생겨났고, 기차역명에 백양사, 희방사, 직지사, 불국사, 다솔사 등 사찰 이름으로 붙인 경우도 있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지역사회의 부가가치를 높일 대표 브랜드를 천년고찰로 삼고자 하는 지역의 민심과 종교를 떠나 우리나라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지닌 사찰을 널리 알림으로써 국민들에게 문화적 가치의 소중함을 전하려는 불교계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전국적 인지도나 역사·문화적 가치를 배체한 채 작은 행정구역명을 기차역명이나 고속도로 나들목 등 이정표에 새겨 넣으려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아 곳곳에서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곳이 KTX 통도사역이다. 울산광역시가 울산을 지나는 노선이라는 이유로 ‘울산역’ 단독 표기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통도사를 비롯해 양산시, 경상남도 등은 역에서 5㎞거리에 불과한 통도사의 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통도사’를 병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맞서고 있다.
특히 경남도는 “앞으로 문화관광사업이 각광을 받을 것이고 템플스테이를 통해 한국불교를 체험하려는 외국인들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역 이름 병기는 더욱 필요하다”며 국토해양부와 코레일, 울산시에 건의서를 보내는 등 역사·문화·경제적 가치를 고려한 통도사역 병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수덕사와 송광사도 고속도로 나들목 표기에 앞서 지역 이기주의로 인해 진통을 겪어야만 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