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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희 보살의 수행일기] 9.티베트 불교의 합리적 시스템

기자명 법보신문

‘티벳 사자의 서’ 통해 잘 죽는 방법 전달
죽음 준비·과정·사후를 친절하게 안내

티베트 불교를 살펴보면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느 날 마음이 자동으로 티베트 불교를 향해 가면서 깨달음에 이르는 단계적인 길을 안내해 놓은『람림LAM RIM』을 읽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한국불교의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조급하게 빨리 성취하려한 흐름에 익숙하다보니 매사에 기초가 약한 수행방법들이 대체적인 우리 현실이다. 반면 티베트는 모든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적인 의미이자 보살들이 찬탄했던 ‘람림’에서만 보더라도 참으로 친절하고 쉽게 그리고 탄탄한 기초를 다지면서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 내용의 하사도(下士道)에서는 수행을 시작한 초심자를 위해 생사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킬 수 있도록 출리심(出離心)에 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고, 중사도(中士道)에서는 수행이 익숙해지기 시작한 자를 위해 사바세계가 의미 없는 것임을 알도록 안내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상사도(上士道)에서는 수행이 익숙해진 자를 위해 중도적인 견해를 익힐 수 있도록 그 차제를 사다리의 디딤널처럼 연결해 가고 있다. 그 깊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우리가 놓치거나 흐르고 건너뛰며 간 부분들을 다시 메우며 갈수 있고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가면서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횟수를 더하여 티베트 사람들을 만날수록 이들의 문화를 더욱 가까이서 들여다보게 되면서 놀란 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사원과 가정집, 상점 등 곳곳에 걸린 탱화와 벽과 바위와 돌 위에 그려지고 새겨진 그림들의 색상과 의미는 나를 한 세계 더 깊이 끌어들였다. 그렇게 영상이 하나씩 이어가듯 흐르다가 어느 날 사후 사자의 심상에 대한 표현을 그려놓은 탱화를 보게 되면서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래 전 어렵고 복잡해서 읽다가 덮어둔 『티벳 사자의 서』의 책장을 다시 펼쳐보게 된 것이다.

인도에서 불교가 쇠퇴 할 것을 미리 내다본 성자들은 인도 불교와 날란다 대학의 전통을 원형 그대로 티베트에 이식했다. 인도에서 밀교가 가장 활발하게 발전되어가던 무렵, 날란다 대학 교수이며 성취자인 파드마삼바바는 티베트에 불교를 전하고 최초로 사원과 승단을 건립하며, 산스크리트어 경전을 티베트어로 옮기는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자신이 완벽하게 마스터한 밀교의 여러 가르침에 요가철학과 고대로부터 행하여지고 구전되어 내려오던 핵심적 가르침들을 제자들에게 전하고 여러 저술을 남겨 보존케 했다.

이렇게 성숙된 환경과 배경 속에서 죽음과 그 현상들을 조사하고 탐구하여 죽음을 심도 있게 다루고, 인간적으로 잘 죽는 방법을 개발하고 습득하여『티벳 사자의 서』를 탄생케 했다. 이 경전은 불교과학과 신앙을 내용으로 하고 있고 그 내용이 지적이고 영적인 불교전통의 주요한 흐름에 부합하며, 합리적이고 유용한 진정한 가르침을 담은 불교 가르침의 진수이기도 하다.

이 경전에서는 우리가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하는지, 죽음의 과정을 고통 없이 지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죽음 이후는 어떻게 되는지를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우리가 죽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어지러운 여러 환영들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그 피난처를 안내하고 부득이 다시 태어난다면 더욱 좋은 환경으로 끌어올리는 안내들이 이어져 있다. 무엇보다도 죽음의 순간 해탈의 방법과 죽음 이후에도 사자가 해탈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49일 동안 굽이굽이 안내해 가고 있는 점은 지상의 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소중한 가르침 들이다.

인간적으로 잘 죽는 방법을 개발하고 습득하는 것이야말로 현실적으로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는 죽음을 관심 있게 가짐으로써 두려움을 벗어버릴 수 있으며, 무엇보다 삶을 건강하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강선희 보살 phadm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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