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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복 훔쳐입은수행자 내쳐라

기자명 법보신문

[논설위원 칼럼] 윤청광 방송작가

과연 불교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우리나라 모든 불교행사에서 빠짐없이 독송하고 있는 『반야심경』에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무색성향 미촉법이요, 안이비설신의도 없고…”라며 ‘없고, 없고, 또 없으니’를 반복하며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라고 누누이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이 끝없는 인생의 고해에서 벗어나려면 욕심을 버리고, 성냄을 버리고, 어리석음을 버리라고 거듭거듭 강조하고 있다.

서양종교가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요.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라며 인간의 끝없고 더러운 욕망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불교는 반대로 “더 가지려 하지 말고, 가진 것만으로도 만족할 줄 알며, 그나마 가지고 있는 것도 나누어 주라”고 강조한다.

한마디로 불교는 ‘얻음을 추구하는 종교’가 아니라 ‘버림을 실천하는 종교’라고 할 수 있다. 색욕도 버리고, 식욕도 버리고, 재물욕도 버리고, 명예욕도 버리고, 수면욕도 버리고, 이 세상의 모든 욕락을 다 버리고 버려서, 버렸다는 그 생각조차도 없을 때까지 버리고 버리고 또 버리라고 부처님은 이르셨다.

왕위도 버리고, 부귀영화도 버리고, 꾀꼬리 같은 가희 요염한 무희도 버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도 버리고, 도처에 마련된 별장도 버리고, 온갖 사치와 허영과 방탕도 다 버리고, 설산고행 6년 끝에 부처님이 얻은 것은 완벽한 행복, 깨달음이 아니었던가.

그로부터 어언 2500여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제자들이 부모를 버리고, 고향을 버리고, 형제를 버리고, 처자식을 버리고, 출세를 버리고, 재산도 버리고, 호의호식도 버리고 오욕락도 버리고, 부귀영화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삭발 출가하여 수행자가 되었던가.

우리 어리석은 세속의 중생들이 삭발 출가한 수행자들을 왜 따르고 왜 존경하는가. 그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그 분들, 출가 수행자들은 모든 욕망을 버린 분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존경하고 따른다.

우리들 세속의 중생들은 무엇이든 더 가지려고 발버둥치고, 무엇이든 더 많이 차지하려고 몸부림을 친다. 그러나 삭발 출가한 수행자들은 버리고 버리는 것을 실천하며 사시는 분들이라 우리가 스승으로 우러르며 믿고 따른다.

만일 출가 수행자들이 ‘버리고 버리는 삶’을 살지 않고 우리 세속인들처럼 돈을 더 벌기 위해서, 더 높은 감투를 차지하기 위해서, 더 크고 비싼 고급자동차를 굴리기 위해서, 더 호화롭고 큰 집에서 살기 위해서, 더 비싼 옷과 고급스러운 신발을 갖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귀다툼을 벌인다면 그런 ‘사이비 수행자’를 우리가 무엇 때문에 존경하며 따르고 시줏돈까지 갖다 바칠 것인가.

삭발 출가한 수행자의 신분이면서 돈을 사사롭게 빼돌리고 처자식 먹여 살리며 치부하려는 자는 성스러운 법복을 훔쳐 입은 도둑이다. 삭발 출가한 수행자의 신분이면서 감투를 차지하기 위해 아귀다툼도 마다하지 않고 중상모략, 금품살포, 회유협박, 폭력까지 행사하는 자는 성스러운 부처님 옷을 훔쳐 입은 치사한 위선자다.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종교의 자유를 빙자해서 별의별 족속들이 저마다 불교종단 간판을 달고, 더럽고 치사한 감투싸움까지 벌이기 시작하고 있으니, 자칫하면 이런 사이비 불교 성직자들 때문에 한국불교 전체가 도맷값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지탄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다.

사찰이나 암자를 처자식 먹여 살리고 치부하기 위한 개인영업소로 착각하고 있는 악덕 사이비 수행자가 있는 곳에 2천만 불자들은 발을 끊어야 한다.

불교 간판만 달았다고 다 똑같은 불교가 아니요, 승복을 걸쳤다고 다 같은 스님이 아니다.

윤청광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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