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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 이미 ‘행복하다’는 믿음

기자명 법보신문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힌두의 신화에는 가네샤(Ganśa)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몸은 사람인데 머리는 코끼리의 형상을 하고 있다. 그의 불뚝 나온 배는 만족을 뜻한다. 포대화상의 배도 마찬가지다. 코끼리의 거대한 머리는 영적인 지혜, 길고 굵은 코는 진리와 거짓을 식별하는 능력이자 유연한 지성이다. 세 개의 손에는 각각 삶의 즐거움에 대한 우리의 집착이 스스로를 속박한다는 의미로 밧줄을 쥐고 있고, 그 속박을 끊는 것을 의미하는 도끼도 있다. 삶의 장애와 갈등은 분명히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는 뜻이다.

가네샤는 힌두 신들 가운데 가장 무게가 많이 나가는 신이면서도 움직이는 수단은 작은 쥐 한 마리다. 어떤 그림에서는 강아지처럼 줄에 매어 끄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쥐 위에 올라탄 모습도 없지 않다. 표정도 유쾌할 따름이다. 큰 것과 작은 것에 비유되는 두 동물은 인간 심리의 양 측면이기도 하다.

가네샤는 인간의 고통을 해결하며 풍족하고 성공적인 삶을 약속한다. 현세의 이익과 안락이 그의 약속이다. 그래서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반대로 쥐는 영혼의 안락과 삶의 행복을 허물고 흔들리게 하는 변덕스러운 인간의 일면이자 끊임없는 유혹이다. 코끼리 같은 덩치를 가지고도 조그만 쥐 한 마리에게 일생을 끌려 다닐 수도 있다. 그의 탄생을 보라.

시바신의 아내인 파르바티는 많은 시종을 거느린 시바신과 달리 혼자 몸인 처지가 불만스러웠다.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의 몸을 문질러 나온 때에 향유를 섞어 사람 형상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만족스러워하며 자신에 대한 충성을 가르치고는 목욕을 들어가며 문을 지키라는 명을 내렸다.

마침 밖에서 돌아온 시바신이 집에 들어서려는데 아버지임을 알길 없는 아이가 막아섰다. 시바는 단칼에 아이 목을 베어 버렸다. 목욕을 마친 파르티바. 사방에 흥건한 피. 절망하는 아내에게 시바는 아이의 목숨을 살려내리라는 약속을 했다. 그런데 마침 문 밖에 코끼리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며 지나가는 것이었다. 시바가 얼른 코끼리의 목을 잘라 몸통위에 얹었더니 아이가 살아났다.

신화의 중요한 기능은 각자가 살아가는 장소를 신성화하는 것이다. 시인 릴케가 “이 세계는 거대하지만, 우리 안에서는 바다처럼 깊다”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 신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그가 이미 신이다. 부처님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은 그가 이미 부처다. 내 안의 신비에 눈을 뜬 그가 신비로운 존재이다. 내 안에 희열이 있으니, 이 궁극의 깨달음과 완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상의 존재법칙을 이해해야 한다.

두 개의 삼각형이 겹쳐진 ‘ ’ 도형은 향상과 장애, 위와 아래인 두 문의 상징이다. 중요한 것은 삶의 장애와 불만족을 어떻게 상승의 에너지로 변화시키느냐의 문제이다. 자기 우선의 욕구가 삶의 제2법칙이라면, 제 1법칙은 온 우주가 촘촘히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코끼리 목을 얹어서라도 삶을 도모하는 게 생명 본연의 욕구이다. 이런 생명의 경이로움에 눈을 뜬다면 우린 이미 행복하고, 우린 충분히 경이로울 수 있다.

폭염이 극에 달하던 날, 첫 여름을 나는지 아기 참새 한 마리가 화단에서 흘러든 바닥의 물에 가슴 털을 연신 적셔댔다. 그날 밤, 나는 베갯머리에 젖어드는 풀벌레소리를 귀 따갑도록 들었다. 맑은 가을 하늘은 참새에게 주는 자연의 선물. 아기 참새의 더운 날개에도 시원한 바람이 가득 가득 스며들었으면 했다.

법련사 주지 보경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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