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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연꽃의 리더십

기자명 법보신문

보광 스님 동국대 교수

유난히도 올해에는 도량에 연꽃이 많이 피었다. 백연지와 홍연지에 가꾼 연꽃은 말할 것도 없고, 화분에 심은 수백 통의 연꽃도 온 도량을 연화장세계로 만들었다. 아침이면 연꽃을 보는 재미로 안락세계에 접어드는 느낌이었다.

싱싱하고 푸르른 잎과 붉고 흰 연꽃의 조화는 청계산 자락에 감싸여 있어서 더욱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기업체의 CEO가 찾아와서 함께 연꽃을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나에게 회사를 끌어가고 기업을 경영하는 지혜를 가르쳐 달라고 하였다. 나는 그에게 “연꽃처럼 하세요”라고 하였다.

“연(蓮)은 힘찬 기상을 보여 줍니다. 더러운 물속에서도 푸르고 싱싱하게 자라며 풍성한 영양분을 줍니다. 우리들은 불퇴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사회발전을 위해 힘써야 합니다. 연은 정진(精進)의 리더십을 가르쳐 줍니다. 연 줄기는 속을 비웁니다. 연꽃은 큰 잎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바람에도 절대 쓰러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줄기가 비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다른 사람과 함께 동사섭(同事攝)한다면 기업이 절대 쓰러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고집과 아만으로 가득 차 있으면 부러지게 마련입니다.
연줄기는 무심(無心)의 리더십을 가르쳐 줍니다. 연잎은 자신을 자랑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큰 연잎이라도 처음 올라 올 때는 완전히 펴지 않고 말아서 송곳처럼 조용히 올라옵니다. 그런데 기업을 처음 시작하면서 남에게 보이기 위해 허장성세를 부린다면 다 성장하기 전에 남과 부딪쳐서 크게 자라지 못할 것입니다.

연잎은 겸손(謙遜)의 리더십을 가르쳐 줍니다. 연잎은 비울 줄 압니다. 큰 연잎에 빗물이나 이슬이 앉으면 언제나 고개 숙여서 자신을 비울 줄 압니다. 자신의 힘에 겨운 것은 모두 비워 버립니다. 만약 욕심을 내어 자신의 능력 이상을 가지려고 하면 연잎은 찢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연잎은 적당한 지점에서 빗물이 고이기전에 훌훌 털어 버립니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의 능력이상을 항상 가지려고 하고, 자신에게 온 것은 욕심 때문에 버릴 줄 모르므로 병이 나고, 목숨까지도 잃게 됩니다. 연잎은 무탐(無貪)의 리더십을 가르쳐 줍니다.

연꽃 향기는 멀리까지 갑니다. 연꽃의 은은한 향기는 온 도량을 향기롭게 하며, 싱싱한 느낌을 줍니다. 기업가도 자신의 부를 가까운 가족에게만 돌릴 것이 아니라 무연자비(無緣慈悲)를 베풀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과 관계없는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회향되게 하여야 합니다. 연향은 보시(布施)의 리더십을 가르쳐 줍니다. 연꽃은 홀로 핍니다.

연꽃은 꽃과 잎이 함께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잎을 가지고 자라는 줄기와 꽃을 가지고 나오는 줄기는 다릅니다. 절대로 한 줄기에서 잎과 꽃이 피지 않습니다. 연꽃은 외롭게 혼자 피게 됩니다. 사람도 큰 기업을 하는 CEO는 외롭기 마련입니다.

남의 리더는 항상 외롭고 고독합니다. 연꽃은 무소의 뿔처럼 고독(孤獨)의 리더십을 가르쳐 줍니다. 연꽃은 더러운 물속에서 자라나지만, 맑고 항상 향기롭습니다. 사업을 할 때에는 힘들게 하지만, 그 이윤은 모든 사람에게 맑고 향기롭게 나누어야 합니다. 마치 연꽃이 처염상정(處染常淨)하듯이 부는 보람있게 사용하여야 합니다. 연꽃은 청정(淸淨)의 리더십을 가르쳐 줍니다.”라고 CEO에게 전해 주었다.

연꽃은 우리들에게 정진, 무심, 겸손, 무탐, 보시, 고독, 정청의 리더십을 가르쳐 주고 있다. 만약 이와 같은 연꽃의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사회의 지도자로서 충분한 덕목을 갖추었다고 할 것이다.

보광 스님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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