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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이산가족 상봉 지속돼야

기자명 법보신문

[논설위원]손혁재 한국 NGO학회장

추석을 맞아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오랫동안 중단됐던 남북이산가족의 상봉이다. 9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금강산에서 이뤄지는 이산가족 상봉의 기쁨은 아주 감동적인 추석선물이 될 것이다. 우리 측 방문가족은 평양으로 가고 북한 측 방문가족은 서울로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렇게 금강산에서라도 만나니 얼마나 좋은가.

이산가족이 처음 만난 건 1985년 추석이었다. 1984년에 북한이 수해물자를 지원한 것을 계기로 남북회담이 재개되었고, 마침내 분단 이후 처음으로 1985년 추석 때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이뤄졌다. ‘어머니!’, ‘아버지!’ ‘오빠!’ ‘00야!’ 35년 동안 불러보고 싶던 외침들이 터져 나온 9월 22일의 서울과 평양은 온통 울음바다였다.

만나자마자 주체하지 못하고 흐르는 기쁨의 눈물, 다시 만날 날을 애타게 기다렸건만 그만 돌아가셨다는 부모님 소식에 흐르는 비통한 눈물. 남에서 올라가고 북에서 내려온 사람들만 눈물을 흘린 것이 아니다. 취재하고 플래시를 터트리던 기자들, 안내원들, 음식을 나르던 호텔 종업원들의 뺨에도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마 그날은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전 세계가 함께 울었을 것이다. 그날 기쁨을 누린 가족은 겨우 35가족이었다. 평양으로 간 서울방문단 20가족, 그리고 서울로 온 평양방문단 15가족.

그러나 상봉이 즐거움과 기쁨만으로 가득 찬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부모형제였지만 서로 다른 체제 아래서 떨어져 살았던 세월이 너무 길었다. 분단의 깊은 골은 불쑥불쑥 상봉장을 어색하게 만들곤 했다. 예컨대 남쪽의 가족이 “하느님, 감사합니다”라고 기도하자 북쪽의 가족이 “아니다. 수령님 은덕이다”라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화상상봉은 더 심했다.

동생의 안부를 묻는 북녘의 딸에게 아흔 살 넘은 아버지가 “미국에서 공부한다”고 말했다가 그토록 보고 싶던 딸로부터 “꼭 미국여행을 가야 하나요? 이제라도 자주정신 갖고 똑바로 떳떳하게 사세요”라고 핀잔을 들었던 일도 있다. 그러나 이념보다 강한 게 핏줄이다. 헤어질 때 다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산가족들은 만나면 세 번 운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저 얼싸안고 울고, 두 번째는 체제의 차이 때문에 마음속으로 울고, 세 번째는 다시 만날 기약 없이 헤어져야 하는 현실이 슬퍼서 운다는 것이다.

1985년의 첫 만남은 일회성으로 끝났다. 두 번째 만남은 2000년 8월 15일에 이뤄졌다. 2000년 6월의 남북정상회담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첫 만남 이후 15년만의 일이다. 그 뒤 2007년 말까지 모두 열여섯 차례에 걸쳐 3,443가족 1만6000여 명이 재회의 주인공이 되었다.

2005년 8월 15일부터는 화상상봉도 시작되었다. 그해 6월 17일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서 화상상봉을 제안했다. “만남을 기다리는 이산가족들은 많고 상봉 기회는 많지 않으니 더 많은 만남을 위해 정보화시대에 화면으로라도 만나게 하자”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을 김정일 위원장이 ‘흥미롭고 흥분되는 제안’이라면서 받아들였다. 남쪽의 장비와 북쪽의 조선컴퓨터센터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써서 호환 가능한 화상상봉체제가 갖춰졌다.

그 뒤 2007년 말까지 화상상봉으로 만난 이산가족은 557가족 3,748명이다. 화상상봉까지 합쳐도 2만 명 남짓 상봉을 한 셈이니 상봉의 기회가 언제 올지 막연히 기다리고 있는 이산가족들은 매우 애가 탈 것이다. 2008년까지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은 약 13만 명이다, 그러나 벌써 4만 명 가까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더 많은 이산가족이 세상을 뜨기 전에 더 많은 만남이 이뤄지도록 모처럼 이어진 상봉의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남북 모두 노력하면 좋겠다.

손혁재 한국 NGO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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