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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의 조언

기자명 법보신문

최근들어 우리나라에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의 출입이 잦아지고 있다. 이들은 대중강연을 포함한 학술 활동을 통하여 IMF이후로 인기가 급격히 떨어진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진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9월 초에 방한한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일본 교토 산업대의 마스카와 도시히데(益川敏英)교수는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귀중한 조언을 하고 떠났다.

한국물리학회 주최의 만찬에서 한 물리학자가 노벨상을 받는 것이 모든 과학하는 사람들의 꿈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정색을 하고 이를 부인했다. 그는 연구를 하다 보니 노벨상을 받은 것이지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 연구를 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또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주최한 만찬에서 한 화학자가 자신이 하고 있는 연구분야의 전망을 물었을 때 성공할 가능성을 따지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를 캐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행위에 대한 대가나 보상을 먼저 따지고 일을 하는 경향이 있다. 마스카와 교수는 이러한 태도를 지양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가를 따지기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가를 우선시하라는 것이다. 인생의 각 분야에서 하기 싫은 일에서 대성한 사람은 없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서 최대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일에 대한 대가는 자연히 따라오기 때문에 그걸 생각 말고 하고 싶은 일을 택하고 거기에 최대의 노력을 집중하라고 그는 조언한다.

금강경에 무주상보시와 그 무량한 공덕이 누차 강조된다. 대가나 보상을 따지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넓은 의미에서 국가사회에 대해 무주상보시를 행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무주상보시를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어찌 공덕이 뒤따르지 않겠는가? 이점은 우리의 자녀교육에도 매우 중대한 의미를 함축한다. 자녀의 진로를 숙고할 때 무엇보다도 그들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어 하는가, 어디에 적성이 있는가를 신중하게 살피고 그 방향으로 진로를 택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일류 대학이나 사회적 유행에 대한 고려는 배제되어야 한다.

다음에 마스카와 교수는 소위 수재병(秀才病)에 대해서 경고했다. 두뇌 회전이 빠른 수재는 중요한 논문을 금방 이해하고 그걸 발전시키기 때문에 빛이 난다. 하지만 진정한 연구는 그 너머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난제에 부딪히면 수재는 “어렵네”하고 그 옆을 돌아보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택하여 옆길로 샌다.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피하여 자꾸 옆길로 새는 사람들은 대학원생까지는 활약하지만 조교수급이 되면 점점 사라진다고 했다. 조교수 때가서 잘하는 사람은 조금 느리다 싶은 그런 사람이었다. 꾸준히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 좋은 연구자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라고 한다. 어려운 일치고 쉽게 풀리는 경우가 드물다. 요즘 학자의 업적을 평가할 때 논문의 질보다 양을 따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신진학자들은 우선 쉽게 논문이 완성될 수 있는 분야만 찾아 연구를 하는 것이 추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큰 학문적 업적이 나올 수 없다. 어느 학문 분야나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그 분야의 연구 성과가 정리된다. 그 경우 대부분의 논문들이 휴지통으로 사라지고 그 일부만 남게 된다. 남는 일부 논문의 저자는 성공한 학자로 평가된다. 아무리 많은 논문을 출판해도 휴지통으로 사라진 논문들의 저자는 성공한 학자라고 볼 수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너무 영리하게 항상 실리를 따라 처신하는 사람은 천박한 인생으로 끝나 버린다. 재능보다 노력을 믿고 어려운 일을 당하면 이를 자신을 향상시킬 수 있는 귀중한 기회로 여기고 물러서지 않아야 한다. 대가를 따지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택하고 어려움이 닥쳐도 물러서지 않고 진력하는 사람이 진정 보살도를 행하는 사람이 아닐까?

이기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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