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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만다라] 83. 육근을 다스린다는 것

기자명 법보신문

화려해 보이는 인생도 六根의 산물

눈을 자제하는 것은 착한 일이고
귀를 자제하는 것은 착한 일이다
코를 자제하는 것도 착한 일이고
혀를 자제하는 것도 착한 일이다.
                                     -『법구경』


 
그림=이호신 화백, 수화자문=조계사 원심회 김장경 회장

이어지는 361번 게송은 ‘육신을 자제하는 것은 착한 일이고 말을 자제하는 것도 착한 일이다. 생각을 자제하는 것도 착한 일이며, 모든 것을 자제하는 것 또한 착한 일이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을 자제하는 수행자는 온갖 괴로움에서 벗어나리라’고 설하고 있다.

우리 몸에서 눈과 귀와 코와 혀는 감각을 느끼는 아주 중요한 기관이다. 이는 곧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의 6근(六根)을 말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보고 몸으로 촉감을 느끼고 마음으로 의식하는 것으로 나라는 주관을 확립한다. 눈이 대상을 보고, 귀가 소리를 듣고, 코가 냄새를 맡고, 혀로 맛을 알고, 몸이 촉감을 느끼고, 마음이 대상을 분별하는 것을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의 6경(六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6근의 주관과 6경의 객관이 서로 대응하여 감각을 일으키는 것을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의 6식(六識)이라고 말한다. 결국 이 여섯 가지의 주관과 객관과 주객이 상응하는 인식작용인 3종류의 여섯 부류가 매일 우리의 삶을 연출해 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몸의 여섯 기관과 여섯 가지 대상경계와 여섯 가지 인식작용이 합쳐진 열여덟 가지 세계(十八界)가 벌어져서 우리의 삶을 영위(營爲)해 가고 있는 것이다.

감각에 얽매여 모든 가치 평가

하루의 삶이 대단하고 일생의 삶이 화려하게 펼쳐져도 결국은 이 열여덟 가지의 세계 안에 갇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엮어낸 열여덟 가지 그물망에 얽매여서 울고 웃고 괴롭고 즐거움을 만들어 내고 있다. 자신의 여섯 기관이 악(惡)을 연출하면 언젠가는 괴로움이 따라오고, 눈, 귀, 코 등 여섯 기관이 선(善)을 연출하면 결과적으로 즐거움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악에도 선에도 치우치지 않고 절대 평정(平靜)을 지켜가는 것을 눈, 귀, 코 등의 감각기관을 자제하는 것이 된다.

보통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좋아하는 마음을 내며, 눈으로 보고 싫어하는 마음을 낸다. 귀로 듣고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며, 귀로 듣고 미워하는 마음을 일으킨다. 혀로 맛보고 감미로운 생각을 내며, 혀로 맛보고 혐오감을 일으킨다. 자신의 감각에 좌우되어 모든 것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자신의 감각의 노예가 되어 좋아하고 싫어하며, 사랑하고 미워하며 탐익하거나 배척하지 말라고 가르치신다. 칭찬과 비난에 흔들리지 말며, 번성함과 쇠약함에 동요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라고 타이르신다. 괴로움과 즐거움에 치우치는 마음 없이 언제나 절대의 평정을 잃지 않는다면 바로 성자의 대열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제일 먼저 수행이 멀리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수행은 바로 자신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마음을 잘 제어(制御)하여 함부로 날뛰지 않도록 단속하는 일에서 시작됨을 알아야 한다. 이는 곧 몸과 입과 마음이라고 하는 3업(三業)을 단속하는 일로서 요약할 수 있다. 몸을 단속하는 데에는 계(戒)를 지키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 되고, 입을 단속하는 데에는 선정의 경지에 머무는 것이 최상이다. 마음을 단속하는 것은 지혜를 갈고 다듬는 것이 으뜸이 됨으로 곧 계정혜의 3학(三學)은 어지러운 감각을 다스리는 수행의 기본이 되는 것이다.

마음 자제 잃는 순간 악업이 엄습

우리의 습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업을 저지르고 있다. 부처님 당시에 돌멩이로 움직이는 물체를 잘 맞추는 솜씨 있는 비구가 있었다. 도반과 함께 길을 가다가 허공에 날아가는 두 마리의 기러기를 발견하고 자신은 저 기러기를 맞출 수 있다고 자랑하였다. 함께 길을 가던 도반이 그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을 보고 엉겁결에 그 비구는 길가의 돌멩이를 집어서 정말로 날아가던 기러기 한 마리를 맞추어 떨어뜨렸다. 허공을 날던 기러기는 돌멩이를 맞고 길 위에 떨어져서 퍼덕거리다가 피를 흘리며 죽고 말았다.

비구는 도반에게 뽐내기 위하여 순간적으로 저지른 자신의 악행에 놀라서 망연자실하였다. 곧 도반과 함께 부처님 앞에 나아가서 벌어진 일을 말씀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 수행자가 자신을 뽐내기 위해서 생명을 죽인 행위에 대해서 크게 꾸짖으셨다. 몸을 자제하지 못하고 마음을 자제하지 못한 결과로 생명을 살상하고 죄업을 짓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악행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에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면 곧 바로 눈앞에 전개됨을 알아야한다.

그러므로 또한 수행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며, 착함 또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어질고자 하면 어진 삶이 바로 눈앞에 전개된다. 모든 생명은 평화를 즐기게 되고 함께 편안해 지는 것이다. 요즈음 우리가 먹고 사는 음식에서 살기를 느끼곤 한다. 어질지 못한 음식으로 몸을 채우고 입을 채우며 또한 마음까지 악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어질지 못한 세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이제 부처님의 말씀을 따라서 자신의 눈과 귀와 코를 올바르게 다스리고, 몸과 말과 마음을 착하게 다스려서 죄업은 날로 소멸하고 복덕이 날로 더해지는 삶을 살아가도록 함께 기도할 때이다.     

본각 스님(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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