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때 아닌 때 먹지 말라 ①

기자명 법보신문

탐욕심 쫓기 위한 수행자 기본 덕목
율사만 지키는 것쯤 여기는 게 현실

산림 때면 ‘오후불식’에 대해 말이 분분하다. ‘오후불식’이 마치 별난 사람들이나 하는 것처럼 말한다. 오후불식은 미처 알지 못했던 먹는 것에 대한 탐욕심과 한 끼를 먹기 위하여 많은 시간을 소비함으로써 대중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하며, 먹는 사치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배우게 한다. 그럼에도 오후불식은 우리만 생활화하지 않고 있다. 남방이나 중국이나 대만에서 수행자는 모두 오후불식을 한다. 본받아야 할 일이다. 반드시 지켜야 할 덕목 임에도 실천하지 않고 율학을 전공하는 사람만 지켜야 할 것처럼 여기니 안타깝다.

『비라삼매경(毘羅三昧輕)』에서 “‘때 아닌 때 먹지 않으면 다섯 가지 이익이 있다. 첫째는 소음(少婬)이니 모든 탐욕을 여의고, 둘째는 소수(少睡)이니 잠을 쫓고, 셋째는 신안(身安)이니 정신이 맑아 상쾌해지고, 넷째는 무병(無病)이니 복과 수명이 늘어나고, 다섯째는 득일심(得一心)이니 도업을 쉽게 판단함”이라고 했다.

주굉 스님의 사미율의 요략에는 “때 아닌 때란, 정오를 지나면 스님 네는 밥 먹는 때가 아니다. 하늘사람(天人)들은 아침에 먹고, 부처님은 낮에 잡수시고 짐승은 오후에 먹고 귀신은 밤에 먹거니와, 중은 부처님을 배우므로 정오가 지나면 먹지 않아야 한다. 아귀들은 발우 소리를 듣기만 하여도 목에 불이 일어나는 터인데, 낮에 밥을 먹어도 조용히 해야 할 것이거늘 하물며 오후에는 어떨까?”라고 했다.

‘하늘 사람들은 아침에 먹는다’는 것은 아침은 청정하고 수승하기 때문이다. 하늘(諸天)들은 오계(五戒)와, 십선(十善)을 닦아서 천연의 깨끗하고 수승한 복을 받음으로 공양을 새벽에 받는다. ‘짐승은 오후에 먹는다’는 것은 짐승은 곧 육축(六畜)이니 과거 지은 업보 때문에 하늘을 거역하고 이치를 깨뜨림으로 둔탁한 과보를 받아, 하늘을 등지고 걸어 다니므로 오후에 먹는다.

‘귀신은 밤에 먹는다’는 것은 겁이 많아 두려워함으로 귀(鬼)이고, 신(神)은 능(能)하다는 뜻이니, 힘이 센 것은 능히 산을 옮기고, 바다를 메우고, 힘이 약한 것은 숨었다, 나타났다를 변화하되 아첨하고 속이는 마음 때문에 지은 바 일을 사람이 알까 두려워하여 이 허겁보(虛怯報)를 받았다. 그래서 어두운 때에 먹는 것이다. ‘부처님은 오후에 잡수시지 않는다’는 것은 삼세제불(三世諸佛)이 낮에 먹음을 법식(法食)으로 하셨다. 여래는 영원히 육취인(六趣人)을 끊고 항상 중도(中道)에 처함으로 모든 부처님이 항상 법희선열(法喜禪悅)로 먹기를 같이 하시고 정오를 지나면 먹지 않는 것이다.

여래(如來)는 왕궁에 태어나시어 열반에 드실 때까지 때 아닌 때에 먹지 않으셨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 우리는 선(禪)이다 율(律)이다 분별이 있어서 스스로 “선은 걸리고 집착됨이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무 때, 아무거나 먹으며 방자하여 부끄럼이 없고, 먹는 것 또한 낮과 밤을 가리지 못한다. 이런 선이 부처님의 마음이며, 이런 율이 부처님의 행이 아닌 줄 어찌 알리오. 계(戒)는 사람의 의식(衣食)과 같거니와 의식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며, 선과 율이 없는 스님이 어디 있으리오.

그런 까닭으로 대율(大律)에 이르되, “비니장(毘尼藏)은 불법의 수명이다. 비니장이 머물면 불법 또한 오래 머문다. 이런 까닭으로 여래께서 장차 열반에 드심에 지극히 가르치고 부촉하사,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를 의지해서 스승을 삼게 하셨다. 조사(祖師)와 조사들로 전해 와서 일찍이 교법을 훼손하고 계율을 멸하게 한 사람이 없음이다”고 했다. 

철우 스님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