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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청심] 두 가지 길

기자명 법보신문

올 해는 섬에도 추위가 일찍 찾아와서 예년에 볼 수 없었던 첫 눈이 내렸다. 마음은 이처럼 아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예민한 계절의 감각을 통하여 앎을 여실하게 드러낸다.

마음의 성질인 앎은 견문각지로 나타나지만 견문각지가 아니기 때문에 수행하는 사람은 일체 경계를 통해서 다만 앎을 확인할 뿐 대상을 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투철한 통찰이 없으면 앎이 공한 줄 모르고 아는 것에 실체를 두며 또한 그 대상에 끄달리고 휘말리게 되어 생사윤회의 고통을 받게 되므로 철저하게 깨달아야 된다. 왜냐하면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깨달음의 원리는 무엇이며 내용은 무엇인지 먼저 이해를 통해서 잘 알아야 하며 다음에는 아는 것과 함께 있는 무분별의 반야지혜를 철견하는 것이다. 이것이 위빠사나와 간화선의 바른 길인데 위빠사나는 고통이 일어나면 먼저 알아차리고 감싸주면 앎이 뚜렷하고 선명해져서 투철하게 깨어있으므로 고통이 사라진다. 그러나 선정의 힘이 약하면 다시 휘말리게 되므로 호흡을 통한 집중의 힘인 사마타가 함께 함으로써 선정과 지혜가 쌍수가 되어 온전한 통찰이 이루어진다.

간화선에서는 고통이 일어나면 위빠사나처럼 둘러가지 않고 바로 활구 의정으로 반야지혜를 작용시킨다. 한편 발심이 제대로 된 사람은 마치 영리한 말이 채찍 그림자만 봐도 천리를 가듯이 한 생각이 일어나거나 대상을 만나 바로 알아차림과 동시에 의정을 통한 반야지혜가 드러나게 된다.

간화 행자는 반드시 발심이 되어야 하지만 마음이 바로 부처임을 철저하게 믿지 못하고 밖으로 구하는 마음이 아직 남아있으면 과녁 없이 총을 쏘는 것과 같아서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된다. 또한 발심과 함께 믿음을 성취하면 의정은 자연히 일어나게 되어 일체 업력을 녹이게 되는데 맛없는 활구 의정은 바로 반야지혜의 작용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위빠사나와 간화선의 공통점은 마음의 성질인 아는 것을 통해서 아는 것을 알지 못하는 무분별의 반야지혜를 깨침으로써 일체 고통이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삼매에 집착하게 되면 선정에 치우치게 되는 병폐를 함께 가지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주인이 되어 활발발하게 살아있는 일상삼매를 이루어야 되지만 아직 삼매의 집착을 벗어나지 못하면 일체 경계를 활달하게 잡아서 쓸 수가 없다. 이것이 위빠사나의 한계이며 또한 간화선의 참의 사구에 떨어진 선병이다.

간화선에서는 화두삼매에 묶여 있는 참의 사구를 고급 선병으로 보기 때문에 반드시 맛없는 활구를 들어 타파해야 일체 경계 속으로 다시 살아나오게 된다. 그러나 위빠사나에서는 이러한 활로가 없기 때문에 먼저 간화선을 경험한 사람들은 두 수행법의 차이가 여기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처음 위빠사나로 수행의 인연을 맺은 사람은 간화선의 맛없는 활구로써 향상일로의 길로 업그레이드 하면 수행의 단점을 보완하게 된다. 또한 간화선에 인연을 맺었지만 발심이 안 된 사람은 화두에 의정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정념의 수행으로 드러나는 앎이 뚜렷해지면 삼매를 취하지 말고 바로 활구 의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간화선의 가치는 위빠사나를 알아야 비로소 드러나게 되니 서로가 좋은 도반인 셈이다.

요즈음 두 수행법이 깨달음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함께 토론이 되고 있어 수행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탁마의 전기가 되고 있다. 두 수행법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에는 사람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강물은 바다에서 일미 평등을 이루지만 물은 바다의 깊이를 모른다.

거금도 금천선원장 일선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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