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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노숙인시설 혜명노인센터 현장

기자명 법보신문

81명 중 절반 이상 1년차 ‘신생 노숙인’

이미 정원 60% 초과 운영…공과금 납부도 허덕

 
경제난에 거리로 내몰리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혜명노인센터에는 이미 50명 정원의 60%를 초과한 81명이 생활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시흥 2동에 위치한 혜명노인센터(센터장 배명희). 서울에서 유일하게 60세 이상의 노숙인만 입소할 수 있는 노인노숙인 쉼터다.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노인’ 그리고 사회나 가정에서 탈락된 ‘노숙인’의 특성을 모두 갖춘, 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이들이 모여드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곳에는 현재 60세 이상의 노숙인 81명이 생활하고 있다. 원래 정원은 50명이지만 2008년 말 경기한파가 불어 닥친 이후 입소를 원하는 노숙인들이 부쩍 늘자 기존 공간을 활용, 임시적으로 정원을 초과해 운영 중이다. 절반 이상은 지난 1년 사이에 새롭게 입소한 이들이며, 대부분 노숙 경력 1~2년 차에 불과한 ‘신생 노숙인’이다. 장기노숙인들 밖에 없었던 2008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혜명노인센터가 개소한 이후 10년 간 유례가 없었던 여성 노숙인도 지금은 4명이나 머물고 있다.

이근수 사무국장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자식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부담감에 자의반 타의반 거리로 나서는 노인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이는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며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숙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노인들에게 추운 겨울은 생명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일명 ‘양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한 입소자는 오랜 세월 조카처럼 보살피던 청년이 양 할아버지의 보증으로 시작한 사업에 실패하면서 거리로 내몰렸다.

집이 압류되고 갈 곳이 없어 노숙을 시작한 지 일주일 째 되던 날,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센터로 들어왔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생전 처음 해보는 추운 겨울의 노숙생활에 건강상태가 급속히 나빠진 것이다. 이 같은 경우는 양 할아버지 뿐만이 아니다. 제각기 다양한 사연을 품은 어르신들이 혜명노인센터에서 지친 몸을 의탁하고 있다.

그러나 혜명노인센터 입소 노숙인 한명 당 책정된 예산이 한 달 3만 3000원에 불과한데다, 포화상태로 운영하다 보니 가스비, 전기세, 수도비 등 공과금 납부에 매번 허덕이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입소 문의 전화가 옵니다. 직접 찾아와 상담을 하는 노숙인도 일주일에 5명 꼴로 있어요. 하지만 이미 정원을 초과해 현재로써는 더 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혜명노인센터 상담원 임훈 씨는 “그렇다고 갈 곳 없는 어르신들을 다시 거리로 내몰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겨울이 오면 쉼터에 입소하려는 노숙인이 많아지긴 하지만 지난 1년 새 상담 건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노숙인의 경우 주거지를 서울로 이전해야 하고 센터 거주 사항을 신고해야 하는 등 몇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상황이 노출될까봐 두려워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많다. 신생 노인노숙인의 경우 자식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자신의 신상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과정에서의 정신적 충격으로 공황상태에 빠지거나, 삶의 의지를 상실하고 회의감에 빠져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 또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불교계가 더 이상 무관심해서는 안되는 절박한 이유다. 02)891-5732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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