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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노숙인 시설 현황과 대책

기자명 법보신문

쉼터 11→4곳 감소…노숙인은 환란 때보다 증가

낙오자 편견 금물-기존시설 연계로 지원 확대

불황으로 거리의 노숙인이 다시 급증해 1999년 외환위기 당시 노숙인 수를 넘어섰다. 그러나 불교계 노숙인 복지활동은 지난 10년 간 점차 쇠퇴하고 있다. 노숙인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교회봉사단과 서울시노숙인복지시설협회가 지난 2009년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8월부터 6개월간 증가한 전국 노숙인 수는 4448명에서 5463명으로,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9년 당시 전국 노숙인 수인 4600명(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집계)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더욱이 이 통계에는 부랑인과 노숙기간이 짧은 노숙인, 일시적인 노숙인은 제외돼 있어 실제 노숙인의 규모는 훨씬 많다는 것이 노숙인 복지 실무자들의 의견이다.

반면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이 2006년 발간한 불교사회복지편람의 ‘노숙인·부랑인 시설 현황’에 따르면 IMF 직후인 1999년 11곳이었던 교계 노숙인 시설은 2006년 8곳으로 감소했다. 이 가운데 두 곳은 노숙인이 아닌 부랑인(정신지체·장애 등으로 인해 자립의 가능성이 없어 장기노숙이 불가피한 상태) 보호시설로 노숙인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다는 점, 아침을여는집과 희망원의 운영법인이 바뀌어 더 이상 교계시설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현재는 보현의집 4곳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전국실직노숙인대책협의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영통사회복지관 이용권 관장은 “1999년 당시에는 더욱 많은 수의 쉼터·생활시설이 운영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계를 위한 조사가 조계종복지재단이 인지하고 있던 노숙인 시설에 한정됐으며,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청담 광명의집과 혜명노인센터를 비롯해 불암사와 대흥사 등 각 지방의 사찰과 교계복지시설에서 운영했던 노숙인 쉼터까지 포함하면 20여 곳 이상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법보신문 조사 결과 현재 운영되고 있는 노숙인 생활시설 중에서도 보현의집 4곳 이외에 청담 광명의집, 은평노인복지관 희망의집, 여성노숙인 쉼터인 화엄동산, 노인노숙인 쉼터 혜명노인센터 등 통계상 드러나지 않은 곳이 4곳이나 있었다. 따라서 시설 급증 현상을 보였던 외환위기 때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가 쉼터 역할을 했을 것이고, 이를 감안하면 불교계 노숙인 시설 감소세는 통계수치보다 더욱 가파르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노숙인 시설 후퇴에는 정부 영향도 결코 적지 않다. 2005년부터 정부가 소규모 노숙인 시설들을 통폐합 시키는 과정에서 교계 복지시설 부설 쉼터들이 대거 문을 닫았다. 또 2010년까지 1인당 거주 면적, 시설 요건 등의 기준 규정에 부합해야 한다는 복지부 지침에 따라 시설 개조 비용으로 사용할 예산이 없는 시설들도 폐쇄를 결정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요인은 노숙인에 대한 불교계 전반적인 관심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 2007년 ‘아침을여는집’ 수탁 포기 이후, 불교색을 없애고 노숙인 지원에 뛰어든 사단법인 나눔과미래 이주원 국장의 설명이다.

노숙인 지원 사업은 애초에 정부 한시사업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다른 복지분야에 비해 예산이 적은데다, 노숙의 상습·장기화로 인해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해 후원이 급감하는 등 운영상의 어려움을 피할 수 없는 분야였다. 때문에 기독교의 경우에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별 교회·성당 등에서 각기 예산을 지원, 2009년 2월 기준으로 전국 노숙인 시설의 68.6%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불교계 노숙인 시설이 전체 시설의 9.3%에 불과하다는 점을 살펴볼 때 지난 10년 간 그 격차의 폭이 매우 크게 벌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교계 노숙인 시설 전문가들은 “‘신생노숙인’은 기존 ‘장기노숙인’에 비해 자립 의지와 가능성이 높으므로, 불교계가 노숙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이들의 사회 복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 영등포 보현의집 원장 지거 스님은 “신생 노숙인들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서는 숙식 해결과 자립 지원 프로그램이 적절하게 병행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꼭 대형시설을 설립하기 보다는 영등포보현의집에 거점을 두고 운영하는 은평노인복지관 희망의집처럼 기존 시설과 연계하는 것도 그 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하고 설명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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