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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전쟁과 달라이라마

기자명 공종원
빈 라덴을 두목으로 하는 이슬람 극렬 테러리스트들이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폭파했을 때 세계는 경악했다. 테러의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큰 것도 그렇지만 그로해서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고 엄청난 재산상의 손해가 생기는 충격에 미국자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무척이나 놀라울 뿐이었다.

뿐더러 그 테러방식이 종래에 생각도 보도 못한 방식이란 점도 특이했다. 테러 대상국의 여객기를 납치해 충돌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도 그렇고 테러범이 테러과정에서 자신의 생명마저 죽이는 방식이 놀라울 뿐이다. 자살테러는 물론 2차 대전 중 일본군의 가미가제공격에서도 본바 있지만 인간의 생명을 초개같이 생각하며 살륙공격에 돌진하는 저들의 정신상황에 염려스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저들은 그같은 자살공격이 이슬람 교리에 따라 알라에게 충성하는 자랑스러운 희생으로 생각한다. 유교식으로 말하자면 살신성인(殺身成仁), 기독교식으로 말하자면 성스러운 순교(殉敎)라고 자위하는 것이다. 이슬람 형제들의 적인 이스라엘의 뒷배를 보아주며 오만한 모습을 보이는 미국인들을 죽이는 일이니 알라의 명령에 따르는 영광스러운 죽음일 뿐이겠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원칙에 따라 보복적 형벌이 일상화되어 있는 이슬람세계에서 적들에 대해 응분의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선택일 뿐이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그런 이슬람 과격파의 테러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반성과 자책을 하며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기독교인이 주류인 미국인들은 이 무도한 침략 공격에 즉각 반격에 나선 것이다. 카우보이의 등뒤를 쏘는 것이나 한가지인 이 비겁한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그들은 야만적인 집단으로 보고 철저히 응징하기로 했다. 이슬람과격파는 물론 이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미국인들은 아예 없애버리기로 한 것이다.

분노도 잘하고 질투도 잘하는 야훼신을 신봉하는 미국의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이 받은 피해를 몇 곱으로 보상받을 셈으로 첨단의 신무기를 동원해 아프간을 짓부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엔 알라 보다는 한 수 위인 야훼의 위력을 온세계에 보여주겠다는 뜻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알라를 믿는 다른 이슬람들이 모두 한꺼번에 적편에 서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절대로 이슬람 자체를 모욕하거나 위협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이슬람인들의 동정에도 신경을 쓴다. 그러나 미국인들은 그동안 껄그럽게 굴던 나라들을 이번 기회에 단단히 손을 본다는 으름장도 놓고 있다. 그게 기독교 정신에도 맞는다. ‘나 이외의 신을 예배하지 말라’는 야훼의 뜻을 은연 중에 실천에 옮길 셈이다. 그런만큼 종교간 문명간 마찰의 근거는 계속 남을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사태를 보며 달라이라마는 안타까워한다. 중국의 침략과 가혹한 수탈정치아래서 신음하고 있는 고국 티베트를 떠나 인도에서 망명생활을 하는 그로서는 당연히 중국에 대해 보복은 물론 독립쟁취의 성전도 불사하고 싶은 것이 인정이다. 하지만 그는 결코 그러지 않고 있다.

부처님의 말씀대로 비폭력을 앞세워 그는 티베트의 자유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그가 만약 이슬람교도였다면 티베트인들을 격동시켜 베이징을 폭탄테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적대적인 폭력을 피하고 있다. 침략국 중국을 달래며 독립대신 자치권만 주어도 좋다고 큰 양보를 하고 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부처님 마음을 실천하는 달라이 라마의 모습은 바보스럽지만 확실한 인류의 희망을 엿보여 준다.


공종원/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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