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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차세대 성장동력 원자력

기자명 법보신문

경인년이 밝았다. 새해에 덕담을 해보고 싶다. 지난 연말에 한국전력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미국.프랑스 등을 제치고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성공한 것은 앞으로 우리나라 산업발전에 새로운 획을 그을 쾌거다. 1400MW급 원전 4기의 설계에서 운영지원을 포함한 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규모는 400억 달러(47조 400억원)로 내년 우리나라 1년 예산의 1/6에 해당하며 쏘나타 200만대를 수출한 효과와 같다고 한다. 이번 수주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5번 째 원전 수출국이 되었다.

외신은 한전의 원전수주를 “놀라운 선택”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로이터통신은 “UAE의 선택은 정치적 측면보다 경제적 요인에서 결정된 것이며 한국은 원전의 안정성과 가격면에서 큰 장점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번 수주에서 정부의 노력에 못지않게 그동안 음지에서 꾸준히 노력해온 원전기술자들의 공이 지대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원전의 설계, 부품, 건설, 운용 등 전 분야에 걸쳐 높은 기술수준을 보유하여 그 기술경쟁력은 세계 최고급이다. 지난해 국내 원전의 가동률은 93.4%로 미국(89.9%), 프랑스(76.1%)와 일본(59.2%)보다 높으며 이는 우리나라가 원전을 튼튼하게 만들어 잘 운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30년 밖에 안 되는 우리나라의 상업용 원전 역사를 고려할 때 이러한 실적은 경이적인 기록으로 볼 수 있다.

전력부족을 극복하기 위해 1978년 미국기술로 설계·준공한 고리원전1호를 첫 가동한 후 우리나라는 원전설계기술의 독자적 개발에 노력해왔다. 그 결과로 1995년 발전용량 1000MW 한국표준형원전(OPR-1000)을 개발해 현재 울진 및 영광에서 운영 중이며 이어 2002년에는 이번에 UAE에 수출할 원전인 신형경수로 APR-1400을 개발했다. APR-1400은 OPR-1000비해 발전용량이 40% 증가한 1400MW급이며 그 가동수명도 40년에서 60년으로 늘어났다. 이 원전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원전이라는 프랑스 아레바 EPR-1600에 비해 건설비는 20%, 발전연료비는 23%가량 저렴하다. 이런 경제적 효율성이 UAE 원전사업을 수주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미래형 원전으로 불리는 발전용량 1500MW의 APR+개발을 시작했으며 2012년에 완료할 계획이다. 동시에 현재 자립률 95%의 원전 기술을 2012년까지 완전 국산화하여 APR+에 적용할 예정이다. 앞으로 3년 안에 100%로 국산화된 원전을 갖고 세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경쟁국에서 더 우수한 원전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제3국에서의 원전 수주전망도 밝다고 볼 수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대량 방출하는 화력발전소에 비해 원전은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작년 국내 원자력의 평균발전단가는 발전소 건설비용을 포함하여 KW당 38원으로 석유(117원), LNG(104원), 풍력(107원), 수력(94원), 태양광(677원)에 비해 저렴하다. 석유나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는 수십 년 후에 고갈될 우려가 있지만 우라늄은 수백 년 사용할 수 있는 매장량이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 각국이 원전건설을 서두르고 있어 바야흐로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세계원자력협회는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원전430기가 추가 건설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이는 1조 달러에 이르는 거대한 원전시장이 열릴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가 불가피하게 원전에 매달려 기술을 개발한 것이 엄청난 차세대 성장동력을 얻게 된 것이다. ‘보왕삼매론’에서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한다”고 했다. 어려운 역경에 처해도 노력하면 막힌 그 곳에서 크게 통하는 길이 있다는 진리를 절감하게 된다.

이기화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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