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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총무원, 해인사 의혹 밝혀라

기자명 법보신문

시주(施主)가 대중 스님에게 보시한 돈이나 물건을 상주물(常住物)이라 한다. 불교에서는 이 상주물을 네 가지로 구분하는데 첫 번째가 절이나, 창고, 집, 숲, 밭, 정원 등 지금으로 말하면 ‘부동산’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같은 물건(體)은 있는 곳에 두고 사용해야지 다른 곳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 더 상세하게 말하면 ‘수용(受用)은 할지언정 나누거나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철우 스님이 이 상주물에 대해 언급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철우 스님은 ‘상주물을 훔치거나 손해나게 하면, 훔친 죄가 성립되고, 쌀 한 톨, 실 하나라도 모두 깨끗한 마음으로 온 것이기에, 청정하지 않은 마음으로 가지면 그 죄가 더 중한 것’이라 했다. 물론 훔친 것과 손해나게 한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법률적 잣대이다. 그 만큼 삼보정재를 중히 여기라는 뜻일 것이다. 최근 법보종찰 해인사에서 연이어 터져 나오는 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승가의 ‘정재 개념’이 제대로 서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대장경 천년 엑스포’사업과 관련한 ‘해인사 토지 강제 수용’ 사건을 들여다보자. 대장경 엑스포 사업을 위해 해인사 소유 토지에 대한 보상 협의를 진행해 온 합천군이 지난 1월 8일 해인사로 공문을 발송했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가관이다. ‘부득이 협의에 의한 토지 매입이 안 될 경우 토지수용, 재결에 의한 강제 수용절차를 이행할 것’이라는 것이 뼈대인데 한마디로 말하면 ‘협의가 안 되면 강제수용 하겠다’는 것 아닌가. 그것도 약 3만6400 평방미터 즉 1만 1000여 평이다.

대장경 천년 엑스포 사업은 경상남도와 합천군 그리고 해인사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런데 어떻게 합천군이 행정편의에 따라 ‘강제 수용’을 운운할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옛 날 독재정권 시대에서나 가능할 수 있는 일 아닌가?

합천군 보다 더 가관인 것은 해인사 측이다. 합천군의 ‘무모함’에 즉각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항의해도 모자를 판에 이 공문을 총무원에 접수 시키고는 팔짱만 끼고 있다. 심지어 해인사 주지 선각 스님은 물밑에서 매각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는 후문까지 전해지고 있다. 나아가 당사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합천군에 강제 수용을 요청한 해인사 인물도 있다는 의혹이 있다.

사실 합천군이 2009년 10월 32대 지관 총무원장 집행부 당시 이 문제를 협의해 온 바 있지만, 당시 총무원은 임대는 가능하지만 매각은 불허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합천군 역시 ‘매각을 불허할 경우 임대 혹은 사용 승낙을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합천군은 2개월 만에 ‘임대 가능’에서 ‘강제 수용’으로 돌변했다. 합천군이 해인사와 사전 협약 없이 이런 무모한 일을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교계가 선각 스님의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각 스님은 지관 총무원장 집행부 체제인 2009년 10월에도, 33대 자승 총무원장 집행부체제인 2009년 12월 초에도 총무원에 ‘매각 승인’을 요청했다고 한다. 삼보정재 유실을 막는데 제일 앞장서야 할 주지가 왜 매각에 집착하는 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해인사 산내 암자인 고불암 무량수전 경매 사건에도 주지 선각 스님이 중심에 서 있다. 고불암 감원이기도 한 선각 스님이 납골당 무량수전을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경매로 넘어간 것에 대한 책임은 분명 선각 스님에게 있을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제 이 모든 의혹들을 속 시원히 풀어야 한다. ‘임대’도 가능한 시점에서 왜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지, 이에 대한 합천군과 해인사의 사전 협의는 있었는지. 있었다면 해인사 누구와 협의했는지 밝혀야 한다. 또한 고불암 무량수전 사업 추진과 관련된 입체적인 조사도 벌여야만 한다.

총무원마저 정치 역학관계에 따라 이 문제를 덮어서는 안 된다. ‘정재 개념 상실’은 한 사찰 뿐 아니라 종단에도 해당된다는 것을 반증하기 것이기 때문이다. 쌀 한 톨도 ‘정재’라 했던 선인들의 일언을 상기해야 할 때다.

채한기 상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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