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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칼럼] 지역경제와 기피시설

기자명 법보신문

지난해 말 1년 가까이 끌어오던 용산참사 보상협상이 타결되었다. 그리고 올해 초 용산참사 희생자의 장례식도 무사히 치러졌다. 종교계는 협상이 타결된 뒤 재개발을 추진하면서 경제적 이익 이전에 약자들의 생존권을 우선 보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도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종교계의 희망도, 정부의 약속도 실현되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재개발로 얻어질 경제적 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서울시 1년 예산은 21조원이다. 자치구 예산까지 합치면 약 30조원이다. 서울시 1년 예산은 재개발의 경제적 이익에 비하면 ‘새 발의 피’ 밖에 되지 않는다. 한 도시계획학자의 연구결과를 보면 서울시의 개발밀도를 10%만 올려도 부동산 가치는 250조원가량 상승한다고 한다. 바로 이 때문에 자치단체장들이 너도나도 개발사업에 집착하고, 토건업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발사업에 매달리는 것이다.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 때문인지 주민들은 (재)개발사업에 반대하지 않는다. (재)개발대상지역에 토지나 건물이 있는 주민들은 적극적으로 앞장서기도 한다. 그러나 주민들이 모든 개발을 두 손 들어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특정시설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결사적으로 반대하기도 한다. 바로 기피시설, 또는 혐오시설이다. 교육문제, 환경문제, 치안문제 등을 거론하지만 가장 큰 사유는 집값 하락 등 경제적 손실 때문이다. 지역이기주의(NIMBY)가 비판받고 있지만 눈앞의 막대한 경제적 이익이나 손실에 대해 초연할 것을 기대할 수도,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기피시설에 대한 문제제기를 ‘님비현상’이라고 불러선 안 되는 사례들이 있다. 시설사용에 따른 편익(benefit)과 비용(cost)이 일치하지 않는 역외주민기피시설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현재 경기도에는 역외주민기피시설이 모두 44곳이다. 추모시설은 화장장 1곳, 공설묘지 4곳, 납골당 7곳 등 12곳이다. 환경시설은 하수시설, 분뇨시설, 폐기물처리시설, 음식물처리시설 각 1곳씩 모두 4곳이다. 수용시설은 노숙인시설 1곳, 장애인시설 15곳, 노인요양시설 6곳, 정신요양 시설 6곳 등 28곳이나 된다. 지역별로는 고양과 파주에 가장 많다. 고양과 파주는 서울과 가까우면서 위성도시가 상대적으로 늦게 들어선 지역이다.

특히 가장 많이 기피하는 환경시설이나 추모시설은 모두 1985년 이전에 만들어졌다. 이때는 지방자치 실시 전이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었다. 게다가 서울이 우월한 지위에서 서울특별시행정특례에 관한 법률의 뒷받침을 받아 기피시설을 경기도로 보냈다.

시설주변 주민들에게는 혜택은 거의 없고 주거환경저해, 재산상의 피해, 도시발전저해 등 고통만이 따르고 있다. 최근 기피시설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역외기피시설에 대한 지원은 없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서초구 원지동에 국립의료원을 유치하면서 총예산을 5000억 원으로 늘려 추모공원부대시설과 주민지원대책을 발표했다. 그래도 주민 반발로 사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러면서도 2003년부터 제기된 파주시 용미리의 서울시립묘지에 대한 1천억원 규모의 지원에 대해서는 10년 가까이 입을 다물고 있다. 도로 확장, 광역상수도 등 시립묘지를 이용하는 서울시민에게도 필요한 것임에도 역외시설이라는 이유로 나 몰라라 하는 것이다.

역외주민기피시설 문제에 대해 서울시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참다못한 지역주민들이 단체행동에 나선다면 당장 서울시민들이 겪을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음식물을 실은 차량의 진입을 지역주민들이 막는다면 서울시는 음식물 썩는 냄새에 뒤덮일 것이다. 그때 가서는 너무 늦다.

손혁재 한국 NGO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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