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단체일수록 ‘투명하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다양한 모금과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모금액의 사용 목적을 분명하게 밝혀야 합니다. 연등 및 기와불사, 정기적인 기도와 법회, 전각에 놓인 불전함 등 구체적인 목적이 드러나지 않는 사찰수익까지 어떠한 운영 자금으로 회향되는지 여부를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희망제작소 제2기 모금전문가 과정에 등록, 가장 열정적인 활동으로 80시간의 교육을 회향한 서울 봉은사 부주지 진화〈사진〉 스님의 일성이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가 직접 추천해 처음에는 단순히 참가에 의미를 둘 생각으로 등록한 스님은 2기를 수료한 지금 180도 달라진 생각으로 주위에 3기 수강을 권할 만큼 적극적인 모금전문가가 됐다.
“봉은사라는 도심 대형 사찰의 소임자로서 나름 권선 전문가라고 자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문을 연 스님은 “모금은 그 자체 목적이 구체적이고 분명할 때 기부, 다시 말해 보시로 이어 진다”며 “사찰과 불교단체는 정신세계의 평안을 추구하는 대사회 목적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정작 효율적인 모금으로 이어주는 전문가 역할이 미숙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은 8만개 비영리법인 중에서 73% 이상이 종교 법인이며 모금에 대한 300년 동안의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철저한 계획 아래 정부가 하지 못하는 계층 갈등을 줄여 왔다. 반면 한국의 불교계는 모금액의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보시하는 사람도 상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소위 ‘묻지마 보시’ 관행이 오히려 모금 전문성을 떨어뜨린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스님은 “봉은사에는 연말이면 경내에 서원지를 다는 전통이 있는데 지난해 12월 22~31일 처음 서원지 1장당 천 원씩 1200만원을 모금해 지역 내 다섯 곳의 아동센터로 전달했고 그 시작과 회향을 모두 참가자들에게 알렸다”며 ‘작은 정성’이 모여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학교에서의 배움을 사중의 다양한 모금에 적용할 뜻도 분명히 했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