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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우리들의 법정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 교계
  • 입력 2010.03.13 14:52
  • 댓글 0

[조시] 시인 천양희

삶은 놀라운 신비요 아름다움이라 하시더니
우리 곁에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놀라운 생명의 신비라 하시더니
하루 하루를 충만하게 살수록 깨어 있으라 하시더니
소중한 이 순간을 놓치지 말라 하시더니
멀리 가려면 짐이 가벼워야 한다고 하시더니
우리들도 다 놓아두고
자유인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가시는지요?

덕(德)을 인생의 잔고로 남겨두시고
시대의 가슴앓이를 안고 가시는 것 같아
속절없이 그냥 눈물이 나서
오늘은 몸보다 마음이 조금 더 아픕니다
그래도 마음속에 있는 것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넘치는 맑은 힘으로 살아남은 법문은
풍요 속에 병든 우리들에게
가진 것에 얽매인 우리들에게
마음에 낀 때 벗기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여유와 인정과 운치가 있는 곡선처럼
잠든 숲을 적시는 밤비 소리처럼 뚜렷해 집니다

스님을 생각하면
맑은 가난을 생각하게 되고
무소유, 무소유로 날아오르는 새들을 생각하게 되고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인듯
순간 순간이 간절해 집니다
많은 것을 가지고도 더 가지려하고
작은 것 하나 버리지 않으면서 큰 것 얻으려 하고
기도는 하지 않고 바라기만하는 우리들, 이제야
나는 누구인가? 간절히 묻습니다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목소리 속에 목소리로
귀속의 귀에 대고 간절히 묻습니다
험난한 세상일수록 원(願)을 세우면
세상 뚫고 나갈 힘이 생긴다던 스님
조용한 시간에 내 인생 돌아보고 기도하면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 수 있다던 스님
스님은 대중들과 함께 있으면
완전히 대중들과 함께였습니다
우리들의 텅 빈 속에 충만을 주셨고
속 얼굴을 들여다보는 눈을 주셨습니다

봄이 오는 소리 몸으로 느끼고
매화 향기를 듣는다던 스님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아름다운 길이 된다고 하셨지요
우리에겐 그립고 아쉬운 삶의 여백이 필요하다 하셨지요
그리움이 고인 다음에 친구를 만나야 우정이 더욱 의미있다고 하셨지요
스님은 자연의 서기(書記)이며 새 길 만드는 지도이며
경계 없는 눈이고 말을 잃고 존경을 바치는 자연이셨습니다
벌써부터 스님이 그립습니다
하루가 백년처럼 길다고 쓰겠습니다
얼마가 더 지나야 눈 속에 이미 봄이 와 있듯 그렇게 오실런지요
스님 우리들의 법정 스님!

 시인 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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