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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안의 세상 책밖의 세상] 보이지 않는 권력

기자명 법보신문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사이토 다카시 지음/홍성민 옮김/뜨인돌출판사/2009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무엇일까? 이 책을 쓴 사이토 다카시는 세계 역사를 움직여온 것은 ‘인간의 감정’이 만들어낸 ‘욕망·모더니즘[근대]·제국주의·몬스터[자본주의·사회주의·파시즘]와 종교’, 이 다섯 가지라고 본다. 그런데 나머지 네 가지를 움직이는 주요 원인이 바로 무한한 인간의 ‘욕망’이니, 실상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욕망 하나라고 해도 무방하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유명한 책을 통해 ‘자본주의 발달과 개신교’가 관계가 있다는 정도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커피-근대-제국주의-자본주의-개신교’가 결코 뗄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하다는 사실은 잘 모르고 있다.
본래 에티오피아에서 시작해 이슬람 세계를 거쳐 유럽으로 전해진 커피가 유행하게 되는 데에 개신교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가톨릭에 비해 신도들의 금욕을 더 철저하게 요구했던 개신교 지도자들은 ‘인간의 정신을 해친다’는 이유로 음주를 금하여 욕망을 억제하게 하고, 각성작용이 강한 커피를 마셔서 의식을 깨어나게 해 신도들의 이성적 생활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런 생활은 결국 밤 새워 일을 하게 만들고, 커피를 마시는 곳이 대중들의 토론의 공간이 되어 이것이 정치적 근대를 여는 계기가 된다. 상인들은 재빠르게 커피를 마시는 유행의 물결을 일으키고, 그 결과 1652년 처음 커피집이 등장하고 31년 만에 3000곳이 넘는 커피집이 런던에 등장한다. 이런 커피의 유행은 유럽 국가들과 자본가들로 하여금 해외 식민지를 개척해서 커피 플랜테이션 농장을 통해 현지인들을 착취하는 구조를 만들게 한다. 그리고 커피를 둘러싼 이 ‘착취-피착취’의 관계는 식민지가 사라진 오늘날에도 없어지지 않고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다.

한편 근대 개신교의 ‘금욕주의’는 커피를 유행시킨 데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신체를 경시하는 풍조를 퍼지게 한다. 일체의 감각적인 것을 멀리하면서 단 한 가지 ‘시각(視覺)’만은 예외인데, 이 예외적인 현상이 멀리로는 그림의 원근법(遠近法)을 태어나게 하였고 가까이로는 인공위성을 통해 세상 구석구석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신의 눈[視力]’을 권력자에게 안겨주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중세에 ‘성서’라는 지식을 지배하는 것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권력으로 이어졌듯이 근대에는 ‘시선’을 지배하는 것이 권력으로 이어지고, ‘보는 자’가 ‘보여지는 자’를 지배하는 사회를 만들었다”고 단언한다.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가 어디서 누구와 만나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내 관심이 어디에 있으며 어떤 욕망을 갖고 있는지’까지도 샅샅이 들여다보는 거대권력’에 노출되어 있는 세상이다. 이 ‘보이지 않는 권력’을 멈추게 할 ‘가능성’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인류의 미래, 정말 끔찍하다.

이병두 불교평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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