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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살림과 모심] 다시 길을 나선 수경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오체투지로 생명의 가치 일깨운 스승
큰 깨우침으로 다시 돌아오시길 기원

6월 14일 수경 스님은 ‘다시 길을 떠나며’라는 글을 남겨두시고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셨습니다.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이후 가까이 뵈면서 스님은 공식, 비공식행사장에서 평소와는 다르게 감은 눈으로 침묵을 하시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대답으로 말씀을 아끼셨습니다. 결국 이러한 결단을 위한 과정이라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됩니다.

몇몇 분들은 ‘수경 스님답게 선승으로서 온 몸으로 화두를 던진 것이며 참 종교인의 표상을 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10여년 넘는 환경운동과정에서 수경 스님에게 지워진 그 막중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담’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저마다 자신의 틀로 해석할 뿐이지요.

스님은 새만금 갯벌을 지키기 위한 삼보일배와 4대강을 위한 오체투지로 급기야 무릎연골이 닳고 면역력도 급격히 약화되셨습니다. 또 북한산 관통 외곽순환도로의 건설을 반대하며 기도하시다가 건설사의 동원 깡패들에게 죽을 뻔한 일도 당하셨습니다.

한반도 대운하사업에서 이름만 바뀌어 24시간 파헤쳐지고 있는 4대강 개발 사업을 보노라면 그로 인해 죽어가는 수많은 생명들에 대해 깊은 연민으로 분노가 치밀 수밖에 없습니다. 무분별한 개발을 반대하는 환경운동은 개발하는 그들을 향해 항상 분노의 감정을 높일 수밖에 없게 됩니다. 상대가 밉고 원망스럽고 심지어 저주스럽게 됩니다. 그래서 상대가 잘못되는 것을 바라게 되고 그걸 통쾌히 여기게 됩니다. 반대하는 이들의 마음도 피폐해지고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러한 분노의 힘이 운동을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스님은 유독 많은 눈물을 보이셨습니다. 그 눈물은 분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어리석은 그들을 향한 눈물이기도 하고, 자신을 참회하며 생명을 생각하는 눈물이셨습니다.
모든 문제가 내 밖에 있으며, 부도덕한 권력, 정권에게 있다고 생각해온 사회에서 스님의 삼보일배, 오체투지는 큰 죽비였습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곧 내 안에 있으며 안을 돌아보고 살피며 스스로를 참회하는 과정에서 변화를 도모하는 것임을 깨우쳐주셨습니다.

수행자는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스님은 이러한 저주와 원망, 분심이 수행자의 마음이 아님을 스스로 되뇌기도 하셨습니다. 몇몇 언론은 스님의 말씀을 환경운동이 권력화되고 있는 것을 비판하는 것으로 오도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 역시 스스로 성찰하며 돌아보는 참회의 말씀이라는 것을 압니다. 권력화된 운동이란 ‘분노와 힘’을 통해 상대를 제압하려는 마음이 겠지요.

스님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변화를 생각하셨습니다. 스님이야 말로 권위를 내세우고 대접받는 것이 습관이 된 종교권력자와는 다른 분이셨습니다. 제가 만난 스님 에서 가장 ‘중상(相)’이 없으신 분 중에 한 분이셨습니다. 스님은 다시 자신으로 찾아 근본자리로 돌아가는 길을 떠나셨습니다. 그러나 스님의 뜻을 헤아리기에는 남아있는 일들로 인해 더 가슴이 무너집니다. 나머지는 우리들이 나눠져야 할 짐입니다. 우렁찬 사자후가 그립습니다. 부디 더 큰 깨우침으로 우리에게 다시 오소서.  

유정길 에코붓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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