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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이사장직 떠나는 녹원 스님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일산병원, 이대로 방치해선 안돼'

동국대 총장은 학문적 업적도 중요하지만

학교-병원 경영의 철학과 능력을 갖춰야



녹원 스님은 현대 동국학원의 산 역사이다. 30여 년 이상을 동국학원 이사 및 이사장을 맡아 동국대 등 학교를 운영해 왔다. 그런 스님이 지난 11월 29일 오후 4시 동국대 교무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사장 직을 사직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해 연말 법인사무처에서 발생한 공금횡령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연내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본지는 12월 3일, 15년 간의 이사장직을 접는 스님을 만나 사퇴선언의 배경과 그간의 심정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스님께서는 지난 68년 9월부터 지금까지 32년 간 동국학원 이사 및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불교이념을 바탕으로 한 교육불사에 매진해 오셨다. 그런 만큼 떠나는 감회도 남다를 것 같은데?

'부처님의 가르침에 비춰보면 모든 것은 인연따라 왔다가 인연따라 가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자리도 인연이 다했을 뿐 특별히 마음에 흔들림은 없다. 그저 담담할 뿐이다.'

지난 11월 29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사임을 공식적으로 표명하셨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사임을 밝히신 이유는?

'겉으로 보면 갑작스러울 수 있지만 언젠가 이사회에서 언급했듯이 마음속으로는 이미 결정을 내렸던 부분이다. 그리고 혹시 주변에서 오해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게 된 것이다.'

이사장 직무대행으로 정대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을 지명하셨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

'정대 스님은 오랫동안 동국학원 이사를 맡아오면서 학교의 크고 작은 일에 많은 걱정을 해왔고 서로에게 많은 도움도 주었다. 정대 스님은 추진력이 있는 분이다. 동국학원이 앞으로 풀어가야 할 많은 문제들을 정대 스님이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나서 제안하면 극구 사양할 것 같아서 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한 것일 뿐이다.'

기자회견 이후 총무원장 스님으로부터 연락은 받으셨는지.

'직지사에 있을 때 전화가 왔었다. 왜 갑자기 그만두시냐고 묻기에 원래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것을 다만 실천에 옮겼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사장 직을 수행하면서 가장 역점을 두고자 했던 점은 무엇인가.

'교육기관인 만큼 불교사상을 기반으로 한 인재양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능력이 많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럼에도 교육시설을 신축하고 유치원도 개원했으며, 외국의 대학과 학술교류협정도 체결해 보다 좋은 여건을 조성하려 했다.'

임기 중 가장 보람있는 일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람있는 것도 병원이고 아쉬운 것도 병원이다. 70년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마침 개신교 병원이었다. 그 당시 십자가 밑에 누워있으면서 불교인을 위한 병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불교병원을 세워야겠다는 서원을 세우게 됐다. 이 일은 내 법복을 팔아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야겠다는 각오였다. 그래서 경주에 병원을 세우고 포항과 미국 LA, 강남병원, 그리고 지난 9월 준공한 일산 불교병원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그러나 이 일산불교종합병원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병원 개원과 관련해 종단 안팎에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병원운영의 재정적인 문제와 개원 시기문제가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운영을 잘 한다면 재정적인 부분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서라도 병원장을 빨리 뽑고 병원도 빨리 개원하는 게 좋다.'

후임 이사장이 병원문제를 풀어 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을 무엇이라 생각하나.

'병원개원 문제는 후임 이사장이 알아서 하겠지만 일단 준공된 병원을 오랫동안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내 확고한 생각이다. 일산 불교병원은 한 두 사람의 노력이 아닌 수많은 불자들에 의해 세워졌다. 이 중에는 평생 모아온 돈을 기부한 불자들도 많다. 병원을 개원하지 않아도 운영비로 한 달에 수억 원씩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많은 불자들을 생각해서라도 모든 사람들이 힘을 모아 병원 개원을 서둘러야 한다.'

최근 동국대 총장이 누가 되느냐가 교계의 화제다. 지금 동국대 현실과 관련해 어떤 인물이 총장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가. 또 교수회의 총장 후보 추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교수회가 추천한 총장후보를 100%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관 상 총장 임명은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다. 그리고 교수회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한다면 추천 후보에 들지 못한 인재는 쓸 수 없는 것 아닌가. 동국대 총장은 학문적인 업적도 중요하지만 학교와 병원 경영의 철학과 능력, 세계적인 대학으로 우리 대학을 끌어올릴 원력이 있는 분이어야 한다. 그런 분이 총장이 될 때 동국대의 미래도 있을 것이다.'

이사 임기가 내년 11월 22일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사 임기는 그대로 채우시는 것인지.

'처음에는 이사직도 함께 내놓으려고 했으나 내가 있다고 해서 크게 해가 될 일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있을테고. 그렇다고 이사 직에 미련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내놓으라고 한다면 당장 내놓을 수도 있고, 내 스스로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하면 떠날 것이다.'

이사장이란 중책을 맡아 일에 쫓겨 생활하셨을 것으로 보인다. 이사장직 사임 후 계획이 있으시다면.

'내가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부처님의 가피로 여러 일을 할 수 있었던 같다. 이 모든 것이 포교라는 생각으로 했다. 이사장직을 떠나더라도 이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할 것이다.'

스님의 상좌인 법등 스님이 총무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적극 지원할 생각이신지?

'그것은 내가 전혀 관여할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이 알아서 할 일이다.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위치도 아니고. 나는 다만 나한테 주어진 일을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불교계 언론에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교계 신문의 생명은 포교와 정법의 선양이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바른 생각을 갖고 바르게 살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또 잘못된 점이 있다면 당당하게 지적하고 바른 것은 알리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의 정신을 잃어서는 안 된다. 법보신문이 불교계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점과 앞으로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믿는다.'



대담=김민경 부장·정리=이재형 기자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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