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망에 맞서 숲을 수호하는 모노노케 히메와 들개. |
삶은 끝없는 욕망입니다.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을 넘어 더 맛있는 음식을 찾게 마련입니다. 더 멋진 옷, 더 안락한 집, 더 많은 돈. 배불리 먹고 편히 잘 수 있으면 ‘더’라는 단어가 붙지요. 그렇게 ‘더’라는 단어 한 글자를 삶에 덧붙이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르는지요. 쉽게 알기란 어렵습니다. 무턱대고 휴지 한 토막을 뚝 끊어 씁니다. 그와 동시에 나무 몇 그루가 사라집니다. 가슴에 와 닿으시나요.
자연과 신, 인간이 동등하게 서로 공생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한 부족의 용맹스런 소년 아시타가는 재앙신이 된 멧돼지와 맞닥뜨립니다. 멧돼지를 죽인 원흉은 다름 아닌 인간의 욕심 덩어리였습니다. 멧돼지의 원망을 그대로 받아들인 아시타가는 저주를 풀기 위해 숲의 수호신 시시신을 찾아 나섭니다. 긴 여정 중 아시타가는 여성 지도자 에보시 마을 사람들이 철을 생산하기 위해 숲에 사는 생명들을 내쫓는 과정에서 멧돼지가 재앙신이 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재앙신이 생겨난 이유가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과 이를 막으려는 자연과의 긴 싸움의 결과라는 것을 알고 안타까워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나무를 자르고 철을 만들며 철과 쌀을 교환해 살고 있었습니다. 시시신을 모시고 있는 들개들은 그들을 숲에서 쫓으려 하지요. 그리고 모노노케 히메와 운명적으로 만납니다. 아시타가는 에보시와 모노노케 히메에게 끝없이 질문합니다. 숲과 사람이 함께 살아갈 수 없는지. 그러나 모노노케 히메와 들개, 숲을 파괴하는 에보시는 화해하지 않은 채 싸움을 계속합니다.
그러다 자비롭고 온화한 사슴의 모습을 하고 있는 시시신을 만납니다. 그는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빼앗기도 합니다. 자연의 순리 그 자체였던 것입니다. 생명은 삶과 죽음이 함께 공존합니다. 그는 생명의 순리를 따르는 것이지요. 그의 목을 가져 불로장생하려는 인간의 욕심은 숲의 생명들을 모조리 빼앗는 불행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순리를 거스르는 인간에게 재앙을 내리는 것이지요.
인간(人間)은 사람 ‘인’자와 사이 ‘간’자로 이뤄진 글자입니다. 타인을 뜻하기도 하는 ‘인’자와 사이 ‘간’. 사람과 사람 사이 혹은 타인, 다른 생명과의 사이를 말하는 것이지요. 그 사이가 평화로워야만 비로소 ‘인간’이 아닐까요. 전쟁과 기아는 모두 욕심에 비롯합니다. 우리가 섭취하는 육류의 사료를 위한 곡식 재배로 수만 평의 숲이 사라지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러나 지구촌 어느 곳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하루에도 수천 명의 아이들이 죽고 있습니다.
재앙신이던 멧돼지는 죽기 전 이런 말을 남깁니다. “어리석은 인간들아, 너희는 자연의 증오와 한을 알아야 한다.” 이제 그만 알 때도 되지 않았나요. 자연과의 공존, 다른 생명과의 유대. 그 아름답고도 오랜 우정은 어디 있나요. 우리의 미래는 과연 오래 되었을까요.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