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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장 스님의 茶담法담] 86. 사랑과 집착

기자명 법보신문

참 사랑은 상대를 위해 내가 변하는 것

명상원에 상담을 오는 분들은 저마다 가슴 답답한 사연들을 지고 온다. 남이 보기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당사자는 자신의 문제를 삶을 온통 어둡게 만드는 블랙홀처럼 생각한다. 상담의 내용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라면 결국 자식 문제, 남편 문제다.

자식이나 남편이 본인의 마음처럼 알아서 잘 살아준다면 굳이 상담하러 오기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남편이나 자식들은 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우리 남편이나 자식만 문제가 있는 걸까? 그런데 만약 그 남편이나 자식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문제의 핵심이 부인과 엄마일 수도 있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생김새도 다르고 성격이나 사고방식, 행동양식이 다르다. 각자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잘 살아가는데 누군가 그러한 삶의 방식이나 행동양식에 개입하고, 간섭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갈등이라는 것이 발생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양식, 사고방식에 개입하는 사람들은 그 사람을 더 좋게 하기위해 그렇게 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대로 살아준다면 더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화합을 위해 누군가는 양보할 것이다.

그런데 양보한다고 모든 문제가 다 끝나는 것은 아니다. 양보를 하여 상대방의 기준에 맞추면 이내 또 다른 곳이 어긋나기 시작한다. 사람의 존재 과정 속에는 일정하게 지속되는 그 어떤 것이 있다. 신체적 건강이 유지된다거나 정신적 가치관, 생활패턴 등이 유지된다. 그런데 이것들이 외부 조건에 의해 지속적으로 간섭 받기 시작하면 결국 일정한 패턴이 깨지고 예상하지 못하는 돌출 행동이 발생한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게 된 근본 원인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사랑의 마음이 자신의 사고방식에 갇혀 집착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서로가 다르다는 것은 때론 매력이 될 때도 있지만 행복을 방해하는 주요한 원인이 될 때가 더 많다. 분명 어느 한쪽이 맞고 틀리다고 할 수 없는 문제인데 그냥 다르다는 사실 만으로 갈등의 불씨가 된다. 다르다는 것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랑하고 위한다는 빌미로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것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사랑이 사랑의 기능을 잃고 집착과 자기 고집으로 변질되는 순간, 갈등과 괴로움이 자자들고 깊은 상처와 함께 끝내 서로에게 비참함까지 안겨 줄 수 있다.

이 지경까지 가면 이제 사랑이 아닌 증오와 분노로 서로의 관계를 유지해 간다. 안타까운 것은 본래 사랑해주어야만 하는 대상을 미워한다는 사실이다. 누구든지 주변에 미워하는 대상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미워하는 대상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바로 자기 가까이 있다. 다른 사람의 행동과 사고방식이 나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나의 행동과 사고방식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거슬리게 할 때도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거슬리게 한다고 당장 나의 행동과 사고방식을 고치지는 못한다. 또 그렇게 할 의사가 없을 수도 있다. 내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정말로 사랑한다면 내가 상대방을 위해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지장 스님 초의명상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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