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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피이야기] 미물 하나도 존중하고 사랑해야할 부처님

기자명 법보신문

사람들은 스스로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또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만한 자비심을 베풀며 살아갈까. 우리들 모두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진정으로 사랑할 때 용기와 희망이 샘솟는다는 사실을 잊고 사는 수가 많다. 나의 주인은 나이고, 나의 모두는 나의 것이기에 나의 모든 부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 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나를 사랑할까. 나의 자기가 소중할 때 남의 자기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상대방에게 사랑을 표현하는데 대단히 어색해한다. 당신의 남편에게, 당신의 아내에게 얼마만한 사랑의 표현을 정겹게 하는가? 상대에게 가족들에게 항상 웃음 띤 얼굴로 대하는가? 상대에게 미소 짓는 가운데 더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점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점에 특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몇 년 전 태안반도 기름띠를 제거하느라 신도들과 내려 갔을 때 어떤 촌노를 만났다. 그 노인은 기름을 제거하며 파도에 밀려온 조개, 불가사리들을 계속 바다에 던져 넣고 있었다. 널려 있는 게 불가사리고, 말라 죽은 것도 수도 없는데 계속 눈에 띠는 것마다 바다에 던져 넣는 것이었다. 그래서 물어봤다. “파도가 계속 밀려올 테고 계속 불가사리는 밀려들 텐데 던져 넣는 게 쓸데없는 일이 아닙니까?” 그 노인은 내 얼굴을 쳐다보더니 “이 한 마리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일이겠소” 하는 것이 아닌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정말 던져지는 한 마리 불가사리에게 자신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할까. 가장 중요한 생명을 살리는 일인데. 나도 그 얘기를 듣고 덩달아 계속 불가사리들을 던져 넣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 끝없는 파도가 수많은 불가사리며 미물중생들을 해변으로 밀어내겠지만 단 하나의 생명이라도 살려낸다는 사랑의 마음을 무엇에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의 참사랑을 무엇에 비할 것인가.

나 자신을, 나의 가정과 이웃을 그리고 삼라만상을, 또 미물중생들에게까지 나의 사랑을 표현하는 일. 그것이 참다운 수행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의 구경의 목표인 성불은 과연 어떤 것인가. 무량중생들에게 사랑과 자비의 화신이 된다는 사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위대한 존재는 진정 자비와 사랑의 화신일 수밖에 없다. 상대방도 나도 모두가 우주의 중심이요. 부처이기에 우리들의 사랑과 자비는 이 땅, 여기서 펼쳐져야 한다. 모두가 부처님들이기에 말이다.

태국에서 만난 황금불상 얘기가 생각난다. 과거 오래전부터 미얀마와 태국은 서로 앙숙이었던 역사가 있었다. 미얀마가 계속 시암왕국을 쳐들어오자 당시 거대한 황금부처님을 태국스님들이 진흙으로 겉을 싸기로 했다. 진흙으로 싸는 일이 끝나자 미얀마 군대가 쳐들어와 시암왕국을 멸망시키고, 스님들을 단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모두 살해했다.

수백 년이 지난 1957년 어느 날, 사원의 어느 스님이 균열된 진흙사이로 불빛이 비쳐 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모든 스님들이 그 사실을 확인한 후 그 진흙껍데기를 해체하자 놀랍게도 5톤가량의 황금으로 만든 황금부처님이 그 안에 계시지 않는가. 스님들이 모두 살해당하는 바람에 역사 속으로 묻혀버렸던 것이다. 시가로 따지는 게 우습지만 수천억에 해당하는 황금부처님이 진흙 속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우리 모두 역시 껍데기는 진흙이나 실상인 속 알맹이는 모두가 황금 부처님이상 아닌가. 그 누구든 사랑해야만 하는 이유는 그들 모두가 이렇듯 진흙을 뒤집어쓴 황금부처님 이상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이 같은 무량가피의 존재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사랑과 자비를 잊고 살고 있기에 안타까울 뿐이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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