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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심수행장(5)

기자명 법보신문

즐거움 버린 보시와 인욕이 성인의 길

입산 수도 못해도 선행 버리지 말라




〈제 3 과〉

人誰不欲歸山修道리요마는 而爲不進은 愛欲所纏이니라. 然而不歸山藪修心이나 隨自身力하야 不捨善行이어다. 自樂을 能捨하면 信敬如聖이요 亂行을 能行하면 尊重如佛이니라.

사람이 누군들 산에 들어가 수도하고자 하지 않으리요마는, 이에 나아가지 못함은 애욕에 얽매인 탓이니라. 그러나 산중 숲 속에 들어가 마음을 닦지 못하여도, 자신의 힘껏 선행을 버리지 말지니라. 제 욕락을 능히 버리면 믿어 공경하기를 성인과 같이 하고, 어려운 행을 능히 행하면 존중하기를 부처님과 같이 하느니라.

인수불욕 귀산수도(人誰不欲 歸山修道)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강설자가 처음 입산해서 행자실에서 받은 첫날 강의 시간이었다. 강의내용은 초발심자경문이었고 강의 진도는 이미 앞서 나아가 있어서 그 날은 이 구절을 강의하고 있었다. 강의시간은 내내 온몸에 전율 같은 강열한 느낌이었다. 와르르 떨려서 얼마나 견디기 어려웠는지 모른다. 사람이 누군들 산에 들어가서 수도하고자 하지 않으리요마는, 하는 대목이 꼭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아서였다.

이위부진 애욕소전(而爲不進 愛欲所纏)

일을 성취하는 데에는 두 가지가 맞아떨어져야 한다. 하나는 의욕이고 다른 하나는 능력이다. 초심자는 의욕이 넘치는 반면, 능력이 떨어지고 구참자는 능력이 있는 반면, 의욕이 떨어진다. 예로부터 능력과 의욕을 갖춘 사람이 목적달성을 하였다.

애욕에 얽매어서 입산 수도를 못하는 사정을 말한다. 이때는 아직 발심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욕과 능력이 없는 상황이다.

연이불귀 산수수심(然而不歸山藪修心)

‘연이’ 두 자는 ‘그러나’로 해석한다. 순접(順接)은 ‘그리하여’, ‘…하였으므로’, ‘…에서’ 이고 역접(逆接)은 ‘그러나’ 이다.

앞뒤 갑을 두 문장을 비교해보면 역접이 자연스럽다.

(갑) 사람이 늘 입산수도를 생각하지 않는 바가 아니지만 애욕에 얽매어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을) 그러나, 입산수도를 하지 못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선행만은 버리지 않아야 한다.

수자신력 불사선행(隨自身力 不捨善行)

여기에 원효 스님의 뛰어난 사상이 나타나 있다. 반드시 입산출가자만을 찬탄하지 않는다. 자신의 힘에 따라 능력대로 선행을 버리지 않는 재가자의 길을 따뜻하게 포용한다.

자락능사 신경여성(自樂能捨 信敬如聖)

대체로 역사에서 성인과 같이 대접을 받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즐거움을 깨끗이 버린 사람들이다. 즐거움을 누리면서 한편으로 성인과 같은 대접을 바라는 사람은 지독한 욕심쟁이이며 어리석기 짝이 없는 사람이다.

난행능행 존중여불(難行能行 尊重如佛)

견디기 어려운 일을 인욕 해야 사람들이 존중하기를 마치 석가모니 부처님과 같이 할 것이다. 온몸을 던져서 동족을 구한다는 원숭이 왕의 이야기, 황금 사슴의 이야기 등 과거 부처님의 인행담은 보시와 인욕행으로 가득 차 있다.

세속적인 이야기로, 흔히들 실리와 명분을 두고 인품을 가늠한다. 명망이 높은 큰 인물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주위에게 넘긴 사람이다.

그 다음 인물은 실리나 명분 가운데서 그중 하나만을 취하고 나머지는 주위 사람에게 넘겨서 아직은 명망이 있다. 셋째 인물은 제 혼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다 차지하는 졸부이다. 그러기 때문에 정작 어려움을 당할 때에는 목숨을 걸고 도와주려는 이웃이 하나도 없다. 모두 냉소를 던지고 그의 곁을 떠난다. 이와 같아서, 대접은 아무나 받는 게 아니다. 남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실리와 명분을 돌아보지 않고 깨끗이 버렸던 것이다.



송광사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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