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사 속 시니어불자들

  • 새해특집
  • 입력 2011.01.04 16:39
  • 수정 2011.01.04 17:03
  • 댓글 0

‘직지·삼국유사’ 등 70대에 집필…승병 선봉 서서 나라 구하기도

우리나라의 불교사를 살펴보면 시니어불자들의 활약상이 그야말로 눈부시다. 60세를 장수로 여기던 시절 70, 80세에 이르도록 식지 않는 열정으로 활동하며 불교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속 불자들의 삶은 고령화 사회에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75세에 직지 집필’ 백운 스님

 

▲직지심체요절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으로 유명한 ‘직지심체요절’은 백운경한 스님(1298~1374)에 의해 집필됐다. 스님은 1298년 전북 고부에서 출가해 어린 시절 출가했으나 49세 이전까지의 수행이력은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스님은 당시로서는 이미 노년에 달했던 세납 54세에 이르러 구법의 길에 나섰다.

 

중국을 주유하며 선지식을 찾아다닌 스님은 석옥청공(1272~1352) 선사를 만나 가르침을 받고 직지를 받아 귀국한다. 귀국 후 더욱 정진하여 대자유인의 경지에 우뚝서게 된 스님은 입적하기 2년 전인 75세에 이르러 ‘직지심체요절’을 집필했다.

 

50이 넘은 나이에 수행의 점검을 위해 구법의 길을 떠난 용기, 그리고 입적하기 직전까지도 후학들의 수행을 위해 붓을 들었던 스님의 열정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직지’의 명성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60년 원력 삼국유사’ 일연 스님

 

▲일연 스님

‘삼국유사’의 저자로 더욱 유명한 일연 스님(1206~1289)은 20대 초반 당시 최고 고시인 선불장에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인재였다. 이러한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 집필을 처음 발심한 것 또한 20대였다. 하지만 정작 삼국유사를 집필해 마무리한 것은 그의 나이 72세에 이르러서다.

 

당시로서는 최고령에 해당하는 나이에 임금의 명으로 운문사에 주석하며 삼국유사 집필을 시작한 스님은 이후 노모를 모시기 위해 자리를 옮긴 인각사에서 ‘삼국유사’를 완성했다.

 

평생 ‘삼국유사’ 집필의 꿈을 안고 각처를 주유하며 남아있는 역사의 흔적과 자료들을 수집한 스님은 70대에 이르러 민족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루었으니, 1289년 7월 세수 84세로 입적하기까지 10여년의 세월은 우리나라 고대사의 기둥이자 민족 자료의 원형을 후대에 전한 참으로 역사적인 시기라 할 수 있다.



◆‘구국의 노병장’ 휴정 스님

 

▲휴정 스님

1520년 태어난 서산대사 청허당 휴정 스님(1520~1604)은 그의 나이 73세이던 1592년 임진왜란을 맞는다. 바람 앞의 춧불처럼 나라의 존망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순간 휴정 스님은 전국에 격문을 돌리며 각처의 승려들이 구국에 앞장설 것을 독려했다.

 

“이 늙은 스승을 믿고 따르라. 서산이 앞장설 것이다”라며 노구를 이끌고 전국의 스님들을 승병으로 결집시킨 것이다. 직접 손에 칼을 들고 선봉에 선 스님은 여러 차례의 전투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며 마침내 평양성을 탈환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73세라는, 오늘날의 기준으로도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직접 전장에 섰던 휴정 스님으로 말미암아 조선의 불교는 숨통이 트일 수 있었고 그로부터 이어진 법맥은 지금까지도 간화선 수행의 이정표가 되고 있다.



◆‘20세기 유마’ 김기추 거사

 

▲김기추 거사

20세기 한국의 유마로 추앙받는 백봉 김기추 거사가 불교에 입문한 것은 50세를 훌쩍 넘어서였다. 일제치하와 한국전쟁 등을 겪으며 독립운동과 남북이념대립으로 헤아릴 수 없는 고초를 겪기도 했던 백봉 거사가 수행에 눈을 뜬 것은 1963년, 그의 나이 55세에 이르러서였다.

 

충남 심우사에서 우연히 접한 무자화두를 잡고 용맹정진을 하던 백봉 거사는 다음해 정월 큰 깨달음을 얻었다. 1965년 재가수행단체인 보림회를 결성, 재가 수행 열풍을 일으켰으며 1985년 입적할 때까지 20년간 대중을 지도하며 수행자로서의 삶을 완성시켜나갔다.

 

노년에 이르러 초심을 세우고 수행에 전념하여 후세인의 귀감이 된 백봉 거사의 삶은 고령화 사회를 살고 있는 시니어불자들에게 수행의 사표가 되고 있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