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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정의 지지를 받고 있는 정당 통합연대개발당(USDP)이 최근 “타종교 확산을 막겠다”며 불교협회 설립을 주도한 것과 관련, 종교를 정치에 이용하기위한 술책이라는 비난 여론이 커지고 있다. 미얀마의 다른 정당들조차 통합연대개발당의 불교협회 설립은 정교 분리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사나 누가하로 불리는 이 불교협회의 대표는 미얀마의 저명한 사업가인 킨쉐씨로 그는 지난 1월 열린 미얀마 총선에서 통합연대개발당의 후보로 나서 상원의원에 당선된 인물이다.
현지 언론들은 “이 단체는 정부 고위자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식된 단체이며 주요 활동 목적은 시골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이 타종교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데 있다”고 전하며 “시골 지역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많으며 타종교의 선교단체들이 이들에 대한 지원을 미끼로 접근해 개종시키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통합연대개발당 역시 이 협회가 마을 단위로 구성되며 법회 등 각종 불교의식을 개최하고 주관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러한 홍보에도 불구하고 불교협회의 활동 목적에 대한 의혹의 목소리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순수한 종교 활동 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활동이 불교의 정치화를 부추긴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지난 2007년 9월 촉발된 스님들의 반정부 투쟁, 일명 샤프란 혁명에 동참했던 아신 아카 스님은 “사사나 누가하의 활동 목적이 불교 증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군부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종교를 교묘하게 이용하는 시도”라고 관측했다. 이 스님은 “2007년 봉기 당시 우리는 군부가 스님들을 탄압하고 사원에 난입하는 모습을 보았다”며 “그들의 마음속에 진정한 불심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미얀마 정치권에서도 통합연대개발당이 주도해 설립된 불교 단체가 2008년 개정한 미얀마 헌범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헌법에는 정치적 목적을 위해 종교를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민주당의 뚜와 대표는 “통합연대개발당의 불교협회 설립은 종교 지도자의 정치에 개입과 종교단체로 구성된 정당의 활동을 금지시키고 있는 미얀마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부 정권의 지지를 받고 있는 통합연대개발당은 지난해 11월, 20년만에 치러진 총선에서 상하원 의석의 과반 이상을 차지한 미얀마 제1정당이다. 그러나 총선 직후 부정 선거 논란에 휩싸였으며 이어 11월 13일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가택연금에서 풀려난 후 정치활동 재개를 위한 행보를 시작하면서 미얀마 정국에는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