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체험없이 어찌 조사를 폄하하는가”

기자명 도우 스님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길희성 교수의 ‘성철스님 보조선 견해’에 대해

성철선사는 근세 우리나라 불교계의 특출한 선지식이었다. 산청 단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단성일대의 한학자들에게 노자·장자의 사상을 질문하고 산청 일대에 신동으로 아무도 상대를 아니하여 가르치려고 하는 한학 선생이 없었다.

일본 선생의 추천으로 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영어 공부를 하여 서양철학을 배우고도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얻지 못하고 2∼3년이란 세월을 지나 고국에서 모친의 신병을 듣고 관부연락선을 타고 생을 마칠 생각도 내었으나 참고 모친의 안질병을 전남여수로 가서 고쳐드려 아들로써의 보답을 하셨다고 한다. 당시 진주 대원사 주지로 있던 오호산 스님은 신동이신 이영주(성철 스님)를 대원사로 초청해 휴양을 권해 대원사로 가서 사리탑전에 있게 됐다. 무서움이 많아 저녁에는 100m가 넘는 절 화장실도 혼자 못 가고 노전 스님 시봉을 데리고 같이 갔는데 이때 대혜 [서장]을 보게되어 화두란 것을 하게 돼 혼자서 변소를 가도 무서운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하셨다.

밥만 먹고 나면 사리탑전에서 화두 한다고 하루종일 아무런 말없이 앉아있었다. 이것을 본 주지가 해인사 주지회의에서 가서 소문을 내니 퇴설당에 계시던 동산 스님이 이 곳으로 보내보라고 해서 해인사로 입산해 승려가 되었다. 이후 범어사 원효암에서 용성 스님과 동산 스님을 모시고 있다고 확철대오했다.

당시 우리 선가에서는 한소식 하면 다시는 화두를 의심하지 아니하고 보림(保任)이라고 하여 전생업장을 녹인다고 주문다라니를 하는 스님도 있고 염불주력을 하는 이도 많았다.성철 스님은 이 때 조사어록을 섭렵하시고 운문 스님의 ‘십지성인(十地聖人)도 견성(見性)은 여견나견(如見羅見-비단을 가려서 보는 것 같음)’이라는 대목에서 자기의 공부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어 다시 화두를 시작했다. 그리고 생사를 초월하는 공부에는 돈오돈수 최상승선이라야 궁극적인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하택이나 규봉, 한국 보조지눌의 돈오점수는 최상승 달마선과는 거리가 멀고 생사를 초월하는 도리로는 논할 가치가 없다고 했다. 공부를 지극히 하여 다소 깨달음이 있어 견처(見處)가 있어도 조사스님들은 생사에 초연한 구경해탈 경계가 아니면 인가를 하지 않았고, 임종이 되어서 내 말을 믿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데 ‘이 뭣꼬?’ 한 번 해보지도 않고 남이 써놓은 글을 가지고 자기 생각에 부합하지 않으면 편협하다고 운운하는 것은 최상승 구경각에 있는 조사 스님에게 대한 모독이요, 천불이 세상에 나도 제도하지 못할 박복한 중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임제 정맥에 원오극근 선사가 있는데 그는 천하 선지식의 인가를 받아 의기양양하던 차에 법연선사를 친견하자 선사는 그저 ‘불시불시(不是不是, 아니다 아니다)’라며 인가를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원오가 “천하 모든 큰스님들이 다 인가했는데 유독 스님만이 인가하지 않으시니 나를 시기하심이 아닙니까”하니 네가 병이 나서 죽어갈 때에는 내 말을 알 것이다. 원오는 그 길로 나와 자기 고향 성도로 향하는 중에 병이나 열이 올으로고 죽음이 오락가락 했다. 이 때는 공부하였던 심성 그 자리는 어디 가고 아픔의 고통만이 전부고, 공부한 힘은 하나도 없어 오조법연 스님 말씀이 온 마음과 몸에 와 닿았다. 내가 죽지 아니하고 다시 살아난다면 오조 스님을 다시 찾아가서 공부하리라 원을 세웠다. 다행히 병이 나아서 찾아가니 오조 스님은 “네가 다시 찾아올 줄 알았다하고 다시 화두를 들라” 하신다.

‘무의언구시대병(無疑言句是大病)’이라 여기서 원오 스님은 다시 확철대오하여 오조 법연선사의 법을 이으니 이분이 임제 정맥의 정오 스님이시다. 실재 증오(證悟)없이는 인정받을 수 없고, 받았다해도 생사초월, 구경해탈, 열반경계에 아무 소용이 없으니 해오(解悟)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누구를 보고 편협이란 망발을 함부로 지상(紙上)에 왈가왈부하오, 박지범부(薄知凡夫)가 좁은 소견으로 대승을 깔보면 입지옥(入地獄 如箭謝)라 하였소.



도우스님 (도선사 보봉)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